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전날 해변에서 물놀이 열심히 했는데 다음날 날씨가 좀 흐린 걸 보고 다행이다 싶었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이 길만 20번은 지나다닌 것 같은데 드디어 미지막이다.
나는 우선 마을버스를 타고 중앙 광장으로 가 공항버스를 탔다.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버스 안은 사람이 한가득이었다.
체크인 데스크
시간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출발해서 체크인 데스크가 열리기도 전에 도착했다. 캐리어를 의자 삼아 30분쯤 앉아있었더니 체크인이 열려 거의 바로 체크인을 마치고 수하물을 붙인 후 출국장으로 향했다.
출국수속 끝!
보안 검색대를 모두 통과해서 나온 바르셀로나 공항.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고 생각했는데 이때는 몰랐다 내 비행기 게이트가 그렇게 멀리 있을 줄은.
피자 한조각 냠🍕
공항 푸드코트에서 꽤 비싼 피자를 한 조각 아침으로 먹었다. 저거 한 조각에 6천 원이었나...? 그래도 맛있어서 만족했다.
두바이로 떠납니다✈️
피자를 다 먹은 후 탑승구를 확인해보니 D, E 탑승구 쪽으로 가야 했다. 저쪽으로 이동하면 면세점이 없지 않을까 걱정해 우선 지금 있는 곳에서 면세품 쇼핑을 다 마치고 이동하기로 했다.
탱커레이 자몽&로즈마리
하몽은 한국에 가지고 오려면 밀반입이기 때문에 아쉽지만 포기하고 대신 내가 좋아하는 진인 탱커레이와 올리브오일 그리고 지인들에게 선물로 줄 샹그리아와 뚜론을 조금씩 구매했다. 올리브오일을 가격대가 높은 걸 구매해서 기념품 양이 별로 많지 않았다.
면세품을 다 구매한 후에 내 비행기 게이트로 이동하는데 거의 20분을 걸었다. 공항 크기가... 크다... 보이는 것보다 더. 20분 동안 유리병에 담긴 술과 올리브오일을 들고 돌아다니니까 손이 상당히 아팠는데 슬프게도 D, E 탑승구 쪽에도 면세점이 있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감자칩을 먹고 이를 닦은 후 대한민국 입국 관련 서류를 준비했다. 비행기는 제시간에 잘 도착했고 그렇게 스페인을 떠났다.
여..여기 맛집이다!
첫 기내식은 닭고기를 받았고 음료로 위스키를 받았다. 성인이 된 이후 첫 해외여행이라 비행기에서 이런 술들을 공짜로 주는 줄도 몰랐는데 파리 공항에서 만난 구XX 씨가 알려줘서 바로 사용했다.
기내식을 받고 놀란 게 일단 트레이가 정사각형이다. 보통 직사각형의 작은 트레이를 주는데 여긴 양도 꽉꽉 채워주고 심지어 맛있다. 이제까지 타본 항공사들 중 기내식이 가장 맛있는 항공사는 에미레이트다.
비행기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
밥을 먹고 잠에 들기 전에 창 밖을 보니 핑크빛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비행기 창을 통해 보는 하늘은 볼 때마다 항상 이색적인 풍경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비행기 천장에 있는 별
이를 닦고 잠에 들기 전에 천장을 보니 이렇게 별처럼 생긴 장식을 해놓았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들도 비행을 더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인 것 같다. 위스키를 식사에 곁들인 탓인지 평소에 비행기에서 잠에 잘 못 드는 편인데 숙면을 취했다. 역시 알코올 최고 👍
간단한 간식거리
잠자다가 일어나니 곧바로 기내식이라기에는 양이 좀 적은 간단한 간식들을 줬다. 달콤한 빵, 과자, 과일이었는데 아래 있는 작은 과자가 입맛이 당기는 맛이었다. 짭조름하고 작은 조각들이 꽤나 단단한 과자였다.
치즈빵
곧바로 나온 치즈빵도 맛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 기내식이라 기대를 하나도 안 하고 먹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전에 에어프랑스 잠봉뵈르보다 15배 정도 맛있었다. 진심 빵집에서 이거 팔면 사서 먹을 의향 있습니다.
이때쯤에 옆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들과 말을 시작했는데 바르셀로나에서 살고 호주로 가서 일을 하다가 올 예정인 친구 2명이었다.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먹어보지 못한 까탈루냐 전통 간식들을 챙겨 왔으니 몇 개 먹어보지 않겠냐고 물어봐준 덕에 신기한 것들을 몇 개 더 먹었다. 감자인지 고구마인지로 만든 디저트와 작은 소시지 모양의 육포를 먹었다.
치즈빵을 먹고 이를 닦은 다음에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두바이 공항에 착륙한다는 기내방송이 들려왔다.
두바이 입성 🇦🇪
에미레이트 기장님이 운전을 아주 잘하셔서 부드럽게 착지 후 터미널이 바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셔틀을 타고 터미널로 가야 했다. 덕분에 두바이의 밤공기를 들이마셨는데 진짜 엄청 습하다. 그냥 말도 안 되게 습하다. 공항 셔틀 창문이 응결된 물로 가득해 밖이 하나도 안 보이는 수준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낮에는 뜨거운 태양열로 인해 건조한데 밤이 되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공기에 의해 습해진다고 한다.
두바이에서 인천.
어떻게 공항시계가 롤렉스?
경유를 위한 수속을 전부 마치고 인천공항행 비행기 탑승구로 가는 길이었는데 걸려있는 시계가 롤렉스다. 이게 기름국의 힘인가.. 참고로 여긴 면세점에서 자동차, 안마의자, 핸드폰 등등 별거를 다 판다. 대체 구매하면 어떻게 가져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알고리즘 미친놈...
두바이 공항에는 누워있을 수 있는 의자들이 있어서 거기에서 누워서 시간을 보내면서 유튜브를 켰는데 알고리즘이 빠니보틀의 두바이 공항 노숙 편을 추천해 줬다. 보자마자 헛웃음이 나왔다.
쉬던 도중 목이 말라 자판기에 가서 시원한 음료수를 사려했는데 카드에서 돈만 빠져나가고 결제가 안 돼서 그냥 음수대에서 나오는 미지근한 물을 마셨다 🥲.
중동 항공사 클라스...
스페인발 두바이행 비행기보다 이동시간이 길어서인지 이렇게 칫솔, 양말, 안대가 들어있는 패키지를 모든 사람에게 하나씩 줬다.
이날 이륙이 조금 지연돼서 그냥 눈이나 감고 있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뜨니 기내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평소에 비행기에 타자마자 자는 사람들을 보며 어떻게 이륙할 때 안 깰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럴 수 있다는 걸 느꼈다.
jmt 새우죽
기내식을 고를 때 동남아식 새우 요리라고 적혀있어서 볶음밥 같은 게 나올 줄 알았는데 새우죽이 나와서 상당히 당황했다. 심지어 인천행이라 그런지 김치도 나왔다. 역시 기내식은 에미레이트가 최고라고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새우죽이 내가 이제껏 먹어본 새우죽 중에 제일 맛있었다. 차가운 죽이었는데 새우에서 비린내도 안 나고 살이 탱글탱글했고 죽 간도 딱 알맞았다. 얘도 돈 주고 사 먹고 싶은 맛이었다.
컵라면
비행기를 타기 전에 식사 후 승무원에게 요청하면 컵라면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기내식을 먹은 후 한 시간 정도 넷플릭스를 보다가 라면을 주문했다.
신라면이 나오길 기대했는데 생전 처음 보는 라면이 나와서 실망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보는 라면이라 반가웠고 맛은 육개장에서 매운맛을 뺀 맛이었는데 아까 마셨던 위스키가 해장되는 기분이었다.
치킨 올 빞??
라면을 먹고 잠을 자다 보니 또다시 찾아온 기내식 시간. 진짜 이번 귀국길에는 먹고자기의 연속이었다. 소고기 요리를 골랐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에미레이트... 마지막 식사까지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마지막 술로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꼬냑을 맛있게 마신 후 마지막 잠을 잤다.
인천공항 도착 🇰🇷
기장님의 기내방송에 눈을 뜨니 비행기가 곧 착륙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이렇게 내 스페인 여행이 정말로 끝난다는 사실에 참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해질녘이었다.
생각보다 수하물을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이륙도 연착된 탓에 예정 시각보다 늦게 공항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나와 공항버스를 타고 잠실역으로 향하는 내내 내가 한국에 도착한 게 굉장히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바르셀로나에 있었다는 사실이 꿈같았다.
롯데월드타워
버스에서 내려 롯데월드타워를 보며 내 약 한 달간의 여행이 끝이 났구나를 실감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거리들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날 서울의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서 집까지 가는 길에 오들오들 떨면서 들어갔다. (바르셀로나는 따뜻했단 말이야..!)
어제 본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이어 바르셀로나에서 본 가우디의 두 번째 건축물인 까사 밀라이다. 나는 가우디 투어를 신청하지 않아서 외관을 둘러본 후 1층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까사 밀라 안 카페
어제까진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서부터 한국인이 엄청 많았다.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사방에서 들려오는 한국어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카페에서 건물 내부의 인테리어를 보면서 커피와 크루와상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천장과 기둥 그리고 벽에 아무래도 바다를 본떠서 만든 듯한 장식들이 가득했다.
대로를 따라 쭉 내려와 다음 가우디의 건축물인 까사 바트요에 도착했다.
까사 바트요
여기는 까사 밀라보다 사람이 훠어어어얼씬 더 많았다. 입구에 가자마자 들어가 볼 생각이 사라지는 인원수... 1층 오른쪽에 기념품 상점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어서 여기만 들어갔다 나왔다. 가우디 이 아저씨 정말 직선을 쓰기 싫어하는 듯하다.
점심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라 몇몇 매장들에 들어가 구경을 하다가 유명한 빵집에 디저트를 먹으러 갔다.
모히또 케이크
내가 먹은 건 형광 초록색의 모히또 케이크였는데 너무 셨다. 맛은 레몬 케이크와 비슷했는데 디저트보다는 애피타이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리곤 점심으로는 바르셀로나에 오는 한국인이라면 9할 이상은 오는 것 같은 비니투스에 갔다.
오픈한 지 10분 정도 지나서 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내가 잘못 찾아왔나 싶었다.
꿀대구
여기 오면 꼭 먹는다는 꿀대구다. 꿀, 아이올리, 토마토소스를 대구에 곁들여 먹는 요리이다. 스페인에 가기 이전부터 워낙 많이 들어봤던 요리이지만 기대를 많이 하고 가면 실망할 수도 있는 맛이라는 것도 알았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갔다.
먹어본 결과는 크게 감동적이지 않은.... 맛이었다. 맛이 없지는 않은데 바르셀로나에 와서 꼭 먹어야 한다는 정도의 맛도 아니었다.
밥을 먹고 그라시아 거리를 따라 지나가면서 나이키 매장에 들어가 봤는데 에어포스가 꽤 있어서 사 올까 했다가 신발이 그렇게 사고 싶진 않아서 포기했고 옆에 있는 애플스토어에 가서 아이폰 15를 보러 갔다. '한국보다 저렴하면 사볼까??' 했는데 한화로 환전하면 180만 원부터라 빨리 도망 나왔다.
라 보케리아 초고추장...?
시장 한편에서 굴을 즉석으로 따서 파는 곳이 있었는데 소스로 초고추장이 있었다. 굴 3개에 만원이었는데 굴을 좋아하지 않아서 구경만 하고 패스. 굴 말고 과일가게, 정육점도 있었고 다른 시장보다 바로 먹을 수 있는 간식들이 많았다.
호프만 베이커리
시장에서 나와 스페인에 오기 전에 천XX 양의 블로그에서 본 마스카포네 크루와상으로 유명한 호프만 베이커리에 갔다. 나는 오픈보다 조금 이른 3시 20분 정도에 갔는데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고 있었다. 천XX 양의 말로는 크루와상은 하나를 사면 후회하는 맛이라고 해서 마스카포네 크루와상 2개와 앞에 진열되어 있던 디저트 중 '피스타치오'라는 이름의 디저트를 구매했다.
마스카포네 크루와상
크루와상 하나는 나오자마자 먹었는데 아주 진한 크림치즈 같은 맛이 나는 달달하고 바삭한 크루와상이었다. 사실 난 좀 진지한(?) 빵을 좋아하는데 그런 크루와상은 아니었지만 이제껏 먹어본 달달한 크루와상 중에서는 가장 맛있었다.
크루와상 하나를 후딱 해치우고 발걸음을 해변 쪽으로 옮겨 도착한 곳은 벨 항구였다. 이곳에는 많은 요트가 정박되어 있었고 관광객들을 위한 쇼핑센터 또한 마련되어 있었다.
벨 항구
이날은 날씨가 참 좋았는데 걷다 보니 항구 바다를 향한 벤치가 많이 있어 나 또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한쪽 피부만 조금 탔다) 항구는 백사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바다를 보며 멍을 다 때린 후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몬주익 언덕으로 향했다.
저 위에 콜럼버스 아저씨
몬주익 언덕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가던 중 마주한 기둥 위에 우뚝 서 있는 콜럼버스 동상이다. 로터리 한 가운데에 있었는데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로터리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자본주의의 케이블카
몬주익 언덕에 도착한 나는 케이블카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가거나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지만 난 케이블카 비용을 아껴서 차라리 먹는 데에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몬주익 언덕을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케이블카의 가격은 왕복 2만 원 정도... 솔직히 너무 비싼 거 아닌가??
몬주익 전망대에서 본 시내 1
몬주익 언덕을 올라가는 중간에 전망대에서 본 바르셀로나 시내는 정말 아름다웠다. 전망대에 올라간 시간대도 딱 해질녘이였기 때문에 황홀한 바르셀로나의 풍경을 보며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몬주익 전망대에서 본 시내 2 내 인생 디저트
전망대 주변에 수경 시설도 있어 사진을 찍기 참 좋았다. 바르셀로나 시내 전망을 안주삼아 호프만 베이커리에서 사 온 피스타치오를 먹었다.
겉에 있는 초콜릿은 인절미 같은 고소한 맛이 났으며 안에 피스타치오 무스는 피스타치오의 향과 함께 부드러운 식감을, 그 안에 들어있는 시트러스 잼과 바삭한 식감을 더해주는 정체 모를 무언가까지 더해져 이제껏 먹어본 디저트 중 가장 완벽한 균형을 가진 맛이었다. 몬주익 언덕을 올라오느라 힘들어서 그랬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누군가 나에게 디저트를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피스타치오를 추천할 것이다.
잃어버릴 뻔했던 선글라스
피스타치오를 다 먹고 몬주익 언덕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지연이 된 탓인지 버스가 오지 않았다. 그냥 포기하고 걸어서 내려가야지 하고 계단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지고 있는 노을이 내 눈을 비췄다. 햇빛이 꽤나 강해 선글라스를 끼려고 했는데... 선글라스가 없... 다...? 나는 당황해서 급하게 내가 지나왔던 장소들을 차례대로 다시 찾아갔다.
마지막에 도착한 곳이 피스타치오를 먹었던 벤치였는데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고 한 중년의 남자가 나에게 안경 모양의 제스처를 취했다. 얼른 달려가서 물어보니 선글라스 주인이 안 나타나서 여기서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고 나는 너무 고맙다고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그렇게 이번 여행에서 인류애를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여행 가기 전에 엄마가 선물로 사준 선글라스 바로 잃어버릴 뻔...
몬주익 언덕에서 내려와 세계 3대 분수 중 하나인 몬주익 마법의 분수를 보러 갔으나..?? 일주일 전부터 보수 공사로 분수 공연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역시 여행은 예측할 수가 없다. 이미 해가 다 진 후 어둑해져서 분수 관람은 포기하고 근처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계란 감자 하몽
스페인 국룰 조합인 감자 + 계란 + 하몽이다. 여기에선 위에 피망과 고추의 중간쯤 되는 것 같은 피미엔토까지 구워서 줬는데 계란 반숙이 아닌 게 좀 아쉬웠지만 배가 고파서인지 싹싹 긁어먹었다.
스페인에서 제일 많이 걸은 날
숙소에 도착해서 얼마나 걸었나 확인해보니 찍힌 3만 보..! 빌바오에 있을 때보다 볼거리가 훨씬 많아서 엄청나게 돌아다녔다.
바르셀로네타에서 수영하기.
아침에 일어나 어제 호프만 베이커리에서 사 온 크루와상 한 개와 오렌지 주스로 배를 채웠다. 그런데 어제 먹었을 때보다 훨~~~~씬 맛있었다. 어제는 배가 별로 안 고파서 그랬는지 몰라도 2개 사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꼭 2개 사라고 한 천XX 양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곤 어제 갔었던 몬주익으로 다시 한번 향했다. 다시 가는 이유는 근대 건축가로 유명한 미스 반 데어 로에 건축가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라는 건축물을 보기 위해서였다. 종종 건축물과 관련된 유튜브인 셜록현준을 보는데 거기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건축가여서가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ㅎㅎ. 그리고 유명하다면 유명한 바르셀로나 체어도 이 안에 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멀리서 봤을 때도 굉장히 독특한 이 건축물은 '실용성은 저리 가라'라는 마인드로 만들어져 있다. 안에 들어가서 느낀 점은 기둥 없이 벽을 이용해 공간을 잘 분리한 것 같다. 또 비 오면 부러질 거 같은 지붕도 한 몫한다. 바르셀로나 체어는 한번 앉아보면 상당히 편하다.
점심쯤에는 전에 왔었던 바르셀로네타 해변에 다시 왔다. 전에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가는 날이었어서 수영을 못 했는데 한국에 돌아가기 전 바다에 들어가고 싶어서 다시 찾아왔다. 다행히 날씨가 수영하기 딱 좋았다.
삼겹살 튀김과 콜롬비아 만두들
수영을 하기 전에 근처에 있는 콜롬비아 음식점인 muysca에서 엠파나다랑 치차론을 포장해 왔다. (사장님이 엄청 착하시다.) 엠파나다는 콜롬비아식 만두, 치차론은 삼겹살 튀김? 정도인 것 같다. 바르셀로네타 해변에 앉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먹은 한 끼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엠파나다의 굽기, 치차론의 바삭함과 맛있는 소스 그리고 포슬포슬한 알감자까지 어우러져 완벽한 한 끼였다.
수영하기 딱 좋았던 바르셀로네타
밥을 먹고 들어간 바다는 물놀이를 즐기기에 최적의 온도였다. 전에 말라가에서 들어갔던 해변은 용승 때문인지 발만 담가도 온몸이 서늘해질 정도로 차가웠는데 바르셀로나의 해변은 기분 좋게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수온이었다. 더불어 한여름이 아니라서 사람도 많이 없어서 한적하게 한 시간 반 정도를 물속에서 혼자 놀았다. 더 있고 싶었지만 미리 예약해둔 구엘 공원 입장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르셀로네타를 떠났다.
구엘 공원
해수욕 후 나름 물을 말리고 왔는데도 옷이 조금 축축했었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며 자리에 앉지 않고 구엘 공원으로 왔다. 구엘 공원 역시 미스터 바르셀로나인 가우디가 설계한 공원인데 이 거대한 공원이 개인 소유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안에는 특이한 형상의 건축물들이 많이 있어 눈이 즐거웠다. 하지만 기대를 많이 하고 가서인지 그렇게 인상 깊지는 않았던 것 같다.
구엘 공원 바로 옆에 벙커라는 곳이 있다. 원래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사용하기 위한 진짜 벙커였지만 지금은 유명 관광지로 바뀐 곳이다. 구엘 공원에서 나와 벙커에서 먹기 위해 맥주와 과자를 사서 벙커로 향했다. 여담으로 스페인에서 야외 음주는 불법인데 벙커에선 다 맥주를 한 캔씩 들고 있다.
해 지기 전 벙커
일몰 전에 도착한 벙커의 모습은 이미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구엘 공원보다 훨씬 눈을 사로잡는 풍경이었다. 주변의 모든 난간에 사람들이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며 바르셀로나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 잡상인 중 한 분이 맨손으로 비둘기 잡는 퍼포먼스를 선보이셔서 옆에 있던 애가 경악하기도 했다.
마지막 끌라라
바르셀로나 시내 전망을 배경으로 마시는 끌라라는 아주 시원하고 상큼했다. 혼자 여행하면서 좋은 순간도 많았지만 이때는 '이 순간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었어도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바르셀로나의 야경
천천히 해가 지고 나에게 있어 스페인의 마지막 밤이 얼굴을 드러냈다. 계획도시인만큼 깔끔한 도로망이 한눈에 보였고 따뜻한 주황빛의 조명들 그리고 벙커 위에서 내가 열심히 걸어 다녔던 많은 곳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행의 마지막 밤으로 모자람 없는 아경이었다.
밤이 완전히 깊어지기 전에 배도 고프고 해서 나는 다시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원래 가려던 식당이 문을 닫는 바람에 숙소 가는 길에 위치한 브라질 음식점 K' Delicia 에서 음식들을 포장해 숙소로 돌아왔다. (필자도 식당명은 어떻게 읽는 건지 모르겠다 🤔)
포장한 브라질 음식
배고파서 숙소로 허겁지겁 달려와서 얼른 포장해온 음식을 먹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1차 당황. 생각보다 더 맛있어서 2차 당황했다.
맛있게 먹었는데 뭔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고기는 소고기 스테이크 같았고 위에 올려져 있는 떡 같기도 하고 감자 같기도 한 무언가가 신기했다. 아마 브라질식 구이가 아니었을까? 오른쪽 아래 있는 가루에 고기를 찍어먹었는데 감칠맛과 짭조름함이 섞여있는 가루였다. 또 음료수로 챙겨주신 과라나 음료수도 맛있었다(그래서 대체 과라나가 뭔데...)
그렇게 주린 배도 채우고 숙소에서 핸드폰을 조금 하다가 마지막 바르셀로나 밤산책을 한 후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빌바오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해 무려 8시간 동안 이동한 끝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날씨가 좋아 덩달아 기분도 좋아졌다.
바르셀로나 버스터미널
버스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올려다본 하늘은 무척이나 파랗고 높았다. 이전부터 바르셀로나에 가면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다른 도시에서 캐리어를 끌 때보다 더 꼭 잡고(?) 끌었다.
아무것도 털리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40분 정도를 지하철로 이동해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숙소는 생각보다 시설이 좋지 않아 실망했다. 어떻게 아무리 호스텔이라지만 매트리스 , 베개 커버를 내가 직접 끼워야 되지 🥲
캐리어를 끌고 10분 남짓을 이동하느라 땀이 나서 원래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밥을 먹으러 가려했는데 오늘 하루 종일 먹은 게 휴게소에서 먹은 샌드위치 뿐이라 씻을 힘도 없어서 뽀송함은 제쳐두고 바로 밥을 먹으러 나갔다. 바르셀로나에서의 첫 식사를 하러 간 곳은 Tortuga Restaurante로 여러 가지 퓨전 메뉴들을 선보이는 곳이었다.
샹그리아 까바
가장 먼저 나온 메뉴는 샹그리아였다. 샹그리아를 주문할 때 화이트 와인으로 할지 까바로 할지 물어봐서 까바로 달라고 했다. 이때까지 까바가 뭔지 정확히 몰랐는데 알고 보니 바르셀로나 지역에서는 레드와인 이외에도 여러 가지 와인을 사용해 샹그리아를 만드는데 까바는 그중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이제까지 먹어본 띤또 데 베라노 중 가장 맛있는 곳이 말라가였다면 샹그리아 까바는 이곳을 뽑을 것이다. 달콤, 상큼한 맛에 시원한 온도감과 청량한 탄산감 그리고 시트러스 향까지... 최고의 샹그리아였다 🍷
아란치니
이어서 이탈리아식 주먹밥 튀김인 아린치니가 나왔다. 평소에도 레스토랑에 아란치니가 있으면 꼭 시켜먹곤 한다. 하나는 대파 같은 식물인 리크, 나머지는 버섯으로 만든 아란치니였는데 특히 버섯 아란치니가 굉장히 맛있었다. 아란치니만 먹고 샹그리아를 다 먹어서 한 잔 더 주문했다.
삼겹살 요리
메인 메뉴로 먹은 삼겹살을 바싹 구운 요리이다. 아래 깔린 샐러드는 김치와 야채를 버무려 만든 가니쉬였는데 김치의 향보다 짠맛이 독보적이라 좀 아쉬웠다. 그래도 외국 음식점들에서 이렇게 한식을 활용한 요리를 만든다는 점이 괜히 뿌듯했다. 삼겹살은 지방이 아닌 부분도 너무 많이 익어 칼질을 하기 조금 힘들었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조화가 좋은 접시였다.
밥을 다 먹고 숙소에서 씻은 후에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나왔다. 숙소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근처에 있어 찾아갔다.
수난 파사드 야경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세 파사드(면) 중 수난 파사드 쪽을 먼저 바라보게 됐는데 항상 사진 또는 영상 매체로만 접하던 건축물을 내 눈으로 담게 되니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꼈다. 살짝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랄까? 내일 성당 방문이 예정되어 있으니 오늘은 살짝만 훑어보고 돌아왔는데 그럼에도 바르셀로나 도심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멋있는 자태를 뽐냈다.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본격적으로 바르셀로나를 즐기는 첫째 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 잠을 일찍 들었기에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스페인 개선문
라 보케리아 시장을 찾아가면서 지나간 스페인 개선문이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축물인지는 공부를 안 하고 가서 잘 모르겠다... 옆에서 차량 관련 행사를 하는지 기아 자동차도 보인다. 아침이라 주변에 있는 평이 괜찮은 샌드위치 가게를 찾아갔다.
햄치즈 샌드위치
아침으로 먹은 햄치즈 샌드위치였다. 주문하면 바로 빵, 햄, 치즈 등을 구워서 줬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었다. 이 샌드위치를 다 먹은 후에 카트리나 시장에 갔는데 발렌시아 시장보다 규모가 작고 사람도 적어서 그냥 살짝 둘러보다 나왔다.
피카소 박물관
피카소 박물관에 있는 작품인데 다른 화가의 작품을 모티브로 그린 작품이었다. 이거 관련 그림만 20점 이상이 있어서 광기가 느껴졌던... 평소에 미술관을 가는 취미가 없어서 그림을 보고 크게 깨닫는 바는 없었지만 입장료가 그리 비싸지 않아 바르셀로나에 온다면 한 번쯤 갈 만한 것 같다.
피카소의 유명 작품은 다른 미술관에 있다...
바르셀로나 해안
피카소 미술관을 다 둘러본 후 남동쪽으로 걸어 내려가다 보면 있는 바르셀로나의 해변이 보인다. 그라나다, 발렌시아에서 날씨가 맨날 흐려서 속상했는데 바르셀로나 날씨는 끝내주게 좋다.
해안을 따라 북동쪽으로 걷다 보니 바르셀로네타 해변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이날은 오후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들어가기 위해 수영복을 안 챙겨 와서 바다에 들어가진 못했다. 사장을 따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달리기를 하는 사람,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 모두 행복해 보였다.
바르셀로네타 해변
저 멀리 금속으로 만들어진 물고기 조형물이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사진을 찍고 저 물고기가 있는 곳까지 하염없어 걸어가며 바르셀로나를 두 다리로 만끽했다.
원래 아침에 출발할 때 계획은 숙소에 들어오지 않고 사그라다 파밀리아까지 갔다 오려고 했는데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숙소에서 잠깐 쉬기로 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어김없이 마르케도나를 찾아가 장을 봤다.
수제 하몽 샌드위치
빵과 하몽을 사 와 숙소에서 만든 보까디요 데 하몽이다. 하몽이 들어간 샌드위치인데 식당에서 사 먹는 것보다 가성비가 5배 정도 좋다. 그리고 스페인 하몽이 스페인에서 햄을 말하는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프랑스어로는 잠봉... 스페인어로는 하몽... 영어로는 햄...
개인적으로 스페인에 온다면 이베리코 세보 등급 하몽을 마트에서 구매해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베요타보다 가격이 절반 정도이고 충분히 좋은 향과 맛을 가지고 있다.
마트표 오랜지주스
많은 마트에 생 오랜지를 착즙 해서 음료수를 만들어주는 기계가 있다. 발렌시아에서 처음 사용해봤을 때는 별로 맛있지 않아서 실망했는데 이번에 다시 먹어보니 진짜 엄청 달콤하다. 오랜지만 짜서 만든 주스라는 게 믿기지 않는 맛이었다.
하몽 샌드위치와 곁들여 먹으니 순식간에 접시를 비울 수 있었다. 그런데 샌드위치를 아침과 점심 연속으로 먹은 탓인지 입천장이 까졌다 🥲
점심을 먹은 후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예약해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입장시간이 다가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수난 파사드 주경
어제저녁에 본 모습보다 낮에 본 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이때 시각이 곧 해가 지기 시작할 때라 그런지 하늘과 성당 그리고 그 앞에 있는 공원까지 눈으로 즐기기 완벽한 때였던 것 같다.
성당의 입구는 탄생 파사드에 있기에 성당을 따라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탄생 파사드는 가우디가 죽기 전에 완성한 파사드라고 알려져 있다.
탄생 파사드 주경
수난 파사드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수난 파사드는 추상화와 간결한 선을 많이 사용했다면 탄생 파사드는 사실적인 조각들이 많다. 가우디가 만들 당시에 마을 주민들의 얼굴을 본떠서 조각들의 얼굴을 꾸몄다고 한다. 그런데 좀 아쉬운 것이 조각상들에 새들이 앉아 배설물을 싸 놓아서 조금 지저분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각 파사드는 예수에 탄생, 수난, 영광에 관한 내용들을 조각을 통해 표현해놨는데 종교에 대해 무지하지만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대략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부에서 보는 스테인글라스
성당 내부에 진입하면 볼 수 있는 스테인글라스의 모습이다. 일몰 직전에 간 덕분에 태양빛이 창을 따라 성당 내부까지 깊게 들어와 어마어마한 장관을 연출한다.
일출 시간에 간다면 탄생 파사드 방면에서 들어오는 푸른색 계열의 빛으로 비친 성당을, 일몰 시간에 온다면 수난 파사드 방면에서 들어오는 붉은색 빛으로 꾸며진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찬장
성당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4개의 큰 기둥과 그 위에 있는 조각들은 천국의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큰 아치 구조 1개와 작은 아치 구조 2개를 사용하여 성당 전체의 하중을 지탱하고 있다. 이쪽 방향에서는 노란빛의 창들을 볼 수 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
하늘에서 바라보면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십자가 모양인 것을 볼 수 있는데 그중 가장 긴 부분의 안 쪽에 있는, 외부로 공개되지 않은 영광 파사드의 문 내측에 적혀있는 문구들이다. 한국어도 적혀있었다.
이제까지 방문해본 성당 중 가장 인상 깊은 성당이었다. 나중에 완공된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
성당 구경을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바르셀로나에 오기 전부터 찍어둔 음식점을 찾아가려 했으나 식당이 열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그냥 길가에서 쉬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모여 인간 탑 쌓기 같은 행사를 했다. 스페인어를 잘했으면 뭔지 물어볼 텐데... 덕분에 아직도 무슨 행사였는지는 모르지만 스페인은 이런저런 축제가 참 많은 국가이다.
일은 언제 하지...?
식당은 숙소와 성당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접근성도 좋았고 특히 갈리시아식 문어 요리를 먹기 위해 찾아갔다. Bicos restaurante라는 곳이다.
갈리시아식 문어요리
말라가에서 먹었던 문어가 쫄깃한 문어의 최고봉이었다면 이곳에서 먹은 문어는 부드러운 문어의 최고봉이었다. 꽤 여러 가지 문어 요리를 먹어본 것 같은데 이제껏 먹어봤던 어떤 문어보다도 부드럽고 거기에 올리브유의 신선한 향까지 더해지니 입에 넣자마자 감탄이 나왔다.
가리비요리
이어서 나온 가리비도 그냥 미쳤다. 입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면서 달달한 맛이 뿜어져 나오는데 씹으려 하지 않아도 입에서 사르륵 사라진다. 이제까지 먹어본 가리비 중 제일 맛있었다. 바르셀로나에 온다면 여기 가서 가리비랑 문어는 꼭 시켜먹으세요. 진짜로 제발. 저녁이 너무나도 훌룡했기에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다른 도시들보다 면적도 크고 둘러볼 거리들이 많아 아무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내일부터는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다닐 생각이다. 조금만 더 오래 있을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일정에 여유가 없으니 나중에 다시 와 근교 도시들까지 둘러보고 가고 싶다.
빌바오행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주변에 풍력발전기가 엄청 많았다. 대관령 양때목장이나 제주도와는 차원이 다른 수였다.
땅에서 풍력발전기가 자라나?
버스에서 배가 조금 고팠는데 코로나 때문에 음식을 먹지 말라고 써져있어서 사라고사에서 포장해 온 닭고기는 선반에 고이고이 모셔뒀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를 가려면 지하철을 타야하지만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주변에 앉을만한 곳을 찾으려 우선 지상으로 나왔다.
빌바오는 다른 도시들과 다르게 지하철역에 에스컬레이터가 많았는데 너무 좋았다... 캐리어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다보면 너무 힘들어요... 🥲
사라고사표 치킨감자
포장한 지 시간이 5시간이 넘어 다 식었는데도 불구하고 닭고기는 촉촉했고 토마토 양념과 감자의 조화는 훌룡했다. 매장에서 먹었다면 얼마나 맛있었을지 궁금한 맛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고 맛있다니... 당신이 혹시 사라고사에 가게 된다면 Asador de pollos 추천!!
지하철을 타고 호스텔로 찾아가 체크인을 하는데 한국인 3명을 만났다. 발렌시아, 사라고사에서 한국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는데 빌바오에서 한국인을 만나니 매우 신기했다. 셋 다 스페인에서 교환학생을 한 학기 동안 하고 있다고 했고,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빌바오 시청
호스텔 리셉션에 물어봤더니 구시가지 쪽에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다고 해서 구시가지로 넘어가는 다리를 건너다가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빌바오 시청 건물이라고 한다.
저녁을 먹기 전 같이 포루투갈에 있는 에그타르트 잘하는 NATA라는 집이 빌바오에도 있다고 해서 하나 먹으러 갔다.
나타 에그타르트
이제까지 먹어본 에그타르트 중에 제일 맛있는 듯. 겉의 페스츄리가 한겹한겹 바삭하게 부서지고 커스터드 크림도 달기보다는 고소한 맛이었다. 포루투갈에서 파는 건 여기보다 더 싸다고 하던데 다음에 해외여행을 떠나면 포루투갈에도 가봐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이후에 빌바오 구시가지 주변을 배회하다 적당한 바에 들어가 핀초와 맥주를 조금 먹었다. 참고로 핀초는 북부 바스크 지방의 꼬챙이로 끼워 만드는 타파스이다. 빌바오에서 처음 간 바였는데 생각보다 음식들이 맛있지 않아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맥주를 마셔서인지 꽤 오랫동안 스페인 유학 생활에 대한 얘기, 한국에 대한 그리움 등에 대해 떠들다가 숙소에 들어갔다.
2일차.
빌바오에서의 둘째날, 숙소에서 밍기적거리면서 아침을 보내다가 일어나서 숙소 주변 산책을 했다. 그리곤 배가 고파 주변에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스페인 북부 지역인 바스크 지역의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었다.
스페인 순대, 립, 소세지 대구 구이
스페인은 많은 가게가 menu del dia(오늘의 메뉴)를 판매하는데 그날 준비되어 있는 전체, 메인, 후식을 하나씩 골라서 주문할 수 있다. 이날은 전체로 렌틸콩 스프, 메인으로 대구 구이, 후식으로 플란을 먹었다. 식당의 평이 좋았던 것에 비해 맛들이 평범해 크게 인상이 깊진 않았다. 스페인식 순대가 우리나라의 병천순대와 비슷하다는 점 정도?
점심을 먹은 후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다 어제 갔었던 구도심에 또다시 방문했다. 어제 구도심에 갈 때는 굉장히 돌아갔는데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구도심으로 가는 길
빌바오 도시 한 가운데로 강이 흘러 도시 풍경이 훨씬 조화로워지는 것 같다. 항상 다리를 건널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이다. 빌바오에서 있는 나날들은 대부분 산책했다가 숙소에서 쉬었다가 밥을 먹는 날들이었다.
저녁은 어제보다 더 가격이 있는 레스토랑에 갔다. 동일한 이름으로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하는데 원래 바를 가려고 했던 것을 모르고 레스토랑에 들어가 버렸다. 심지어 궁금했던 코스메뉴는 2인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해서 혼자 온 나는 그냥 단품 메뉴만 주문했다.
하몽 리조또
이건 고깃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맛이었는데 소금이 너무 많이 들어갔는지 나에겐 조금 짰다. 그래도 안에 들어간 하몽은 향과 맛이 뛰어났다. 이렇게 조리된 하몽은 처음 먹어봤는데 조리해 먹어도 맛있었다.
오른쪽 위에 있는 노란색 음료는 시드라라는 술인데 사과를 이용해 만든 술이다. 사과는 포도보다 당분 함량이 적기 때문에 술에서 단맛은 전혀 나지 않았고 거의 식초같은 시큼한 맛이었다.
닭 요리
엄청 부드러운 닭고기 요리였다. 위에 있는 루꼴라와 소스를 곁들여 그릇까지 긁어 먹었다. 여기서 저녁을 먹은 후에야 아 빌바오 음식들이 다른 지역과 차이점이 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저녁을 먹은 후 숙소에 돌아와 로비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잠에 들었다.
3일차.
이곳은 어제 원래 가려고 했던 이름이 같은 바르다. 저렇게 간단한 핀초들을 미리 만들어 놓고 판매하는 곳들이 엄청 많은데 나는 제일 유명한 푸아그라 타파스를 먹으러 왔다.
푸아그라와 계란 반숙 그리고 버섯을 조합한 타파스였는데 계란이 흰자도 너무 안 익어서 일본 온천계란보다 액체에 가까운 상태였다. 투움바 파스타 소스같은 맛이 났다...?!
계란후라이맛 감자칩
이게 그 과자인데 먹어보면 기름에 바싹 익혀진 계란 후라이의 흰자 맛이 난다. 일반 감자칩이랑 식감도 좀 다른 거 같았는데 감자칩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오늘은 호스텔에서 같은 방을 쓰는 독일인 친구 A, 스위스인 친구 B 그리고 이 둘이 어제 만났다는 또 다른 독일인 C, 이렇게 총 3명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맨날 핀초만 먹어서 질렸다는 스위스 친구의 의견에 따라 구시가지 내에 위치한 스테이크 집으로 향했다.
식당을 정하면서도 우리나라와 문화차이를 느꼈는데, 우선 식당에 들어가서 메뉴를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다시 나간다. 이렇게 식당 하나를 패스하고 도착한 곳이 이 스테이크 집이었다.
티본 스테이크
빌바오 전통 음식과는 거리가 있는 티본 스테이크였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소고기와 달리 외국은 이렇게 마블링이 별로 없는 소고기를 주로 먹는 것 같다. 이 식당에서 숙성고 쇼케이스에 와규가 있는 걸 보면 마블링이 적은 걸 선호해서일 수도 있겠으나 품종이 달라 어쩔 수 없는 걸 수도 있겠다.
우리가 주문한 스테이크는 드라이에이징된 고기였는데 사진에선 굉장히 날고기이지만 추가로 익힐 수 있는 그릴을 함께 줘 개인 기호에 따라 추가로 구워 먹을 수 있었다. 고기 맛은 숙성한 고기답게 치즈향과 같은 강한 육향이 인상적이었다. 익힘 정도는 이게 스테이큰지 타다끼인지 혼란스러운 정도였지만...
C는 전에 호주의 와이너리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해서 우린 와인을 보틀로 주문한 후 C에게 테이스팅을 맡겼다. 이후 스테이크와 와인을 곁들이며 저녁 식사를 하다 2차로 핀초를 먹으러 가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나는 피곤이 몰려와 숙소에 먼저 들어갔다.
4일차.
빌바오에 온 후로도 그라나다, 발렌시아에 이어 날씨가 그닥 화창하지 않았는데 다행이도 오늘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세피아(갑오징어) 핀초
점심을 먹으러 어김없이 핀초바에 갔는데 왜 여기를 오늘에서야 갔는지 후회스러웠다. 바 산타마리아라는 빌바오 구시가지에 있는 곳이었는데 모든 핀초들을 주문과 동시에 직화로 구워 내주는 것 같았다.
사실 진열대에 쌓아두고 판매하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내주는 핀초들은 대부분 마트에서 장을 봐 직접 만들어 먹는 게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가게만의 특별함을 느끼기 어려웠는데 이곳은 정말 독보적이었다. 특히 갑오징어 핀초가 인상깊었다. 구운 빵, 구운 양파, 메요네즈, 구운 갑오징어를 쌓아서 내주는데 환상적이었다. 특히 갑오징어의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가 예술이었다. 이외에도 돼지 안심, 소세지 핀초 또한 주문했는데 직화구이는 역시 최고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마친 후 근처의 케이크 전문점에 찾아가 바스크 치즈케이크와 커피를 먹었다.
바스크에서 먹는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내가 이제껏 먹어본 치즈케이크 중 가장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꾸덕함과는 거리가 있는 식감이었지만 그렇다고 치즈 맛과 향이 여타 다른 치즈 케이크 그 이상이었다. 전에 말라가와 그나라다에서 먹은 치즈케이크도 맛있었지만 여기가 한 수 위인듯...
구겐하임 미술관
이전에도 지나왔었던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외부의 마감재가 금속 판으로 되어있는 독특한 외관의 미술관으로 빌바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듯 하다. 지나가면서 많은 단체 관광객들이 봤다. 사실 빌바오에 도착한 이튿날에도 산책을 하며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나갔었으나 하늘이 너무 흐려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없었는데 날씨가 좋으니 꽤나 훌룡한 풍경이었다.
혼자 간단히 포장음식으로 저녁을 떼우려고 숙소에서 나갔는데 같은 방을 쓰던 아일랜드에서 온 조라는 친구를 마주쳤다. 원래는 오늘 다른 도시로 떠난다고 했었는데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여기서 1박을 더 하기로 했다고 한다. 자기가 맛있는 양꼬치 핀초를 파는 곳을 찾았다며 하나 사주겠다고 나를 데리고 가줬다.
조가 사준 양꼬치 핀초
스페인에서 이전에 양고기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 안 먹는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가웠다. 난 양고기라면 죽고 못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맛은 우리나라 양꼬치집에 가서 먹는 양꼬치와 비슷해서 신기했다. 여기서 조가 맥주와 양꼬치를 사줘서 나도 점심에 갔던 바르에 가 사주고 싶어 다시 찾아갔는데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었다. 그래서 그냥 걸어다니며 얘기를 나누다 서로의 여행의 안녕을 빌며 헤어졌다.
구시가지 가는 길 야경
숙소로 다시 돌아가는 길, 늘 건너던 그 다리를 건너며 빌바오에서의 마지막 야경을 봤다. 배가 차지 않았던 나는 숙소에 돌아와 전에 장을 보며 사둔 라비올리를 요리할 방법을 고민했다. 이번 숙소에 당황스럽게도 냄비와 가스레인지가 없어 라비올리를 요리할 수 없었던 것.
그래서 나는 전기포트에 물을 끓인 다음 라비올리를 그릇에 담고 끓인 물을 부운 후 전자레인지에 돌려 라비올리를 익히는 데에 성공했다. 편의점에서 떡볶이 만들어 먹던 기술을 스페인에서 사용했다.
라비올리
부족했던 양을 다 채우고 그렇게 빌바오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올 줄 몰랐던 도시를 그 어느 도시보다도 오래 있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하루는 날을 잡고 산 세바스티안이라는 근교 도시를 가려 했는데 버스편이 마땅치 않아 실패했다. 다음 유럽 여행에서의 방문을 기약해야겠다.
빌바오 -> 바르셀로나.
빌바오 버스터미널
빌바오에서 바르셀로나까지는 7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이날 하루는 온전히 이동하는데 사용하는 하루였다. 버스 시간대도 잘못 잡으면 너무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 도착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빌바오가 버스 터미널도 그렇고 지하철역도 그렇고 도시 곳곳에 디자인적으로 독특한 요소들이 스며들어 있다. 특히 지하철역은 노먼포스터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정말 신기한 구조를 볼 수 있다. 항상 바쁘게 지하철을 타서 사진은 못 찍었는데 혹시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바르셀로나행 버스는 이전에 내가 경유했던 도시인 사라고사를 거쳐 바르셀로나까지 향했다. 이동 시간이 긴 버스였기에 전에 탔던 심야버스보다 규모가 있는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했다.
스페인 휴게소
이때가 점심시간이었어서 나도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하나 먹었는데 역시 휴게소답게 물가는 조금 비싼 편이었다.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동안 스트레칭을 조금 하고 다시 버스에 탑승해 바르셀로나로 이동했다.
빌바오에 있는 동안 산책과 식사의 연속이었다. 다른 관광 도시들보다 관광지가 적기도 하고 음식으로 유명한 도시이기에 이번 회차는 음식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발렌시아를 떠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짐을 싼 후 발렌시아 기차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까르푸 익스프레스에 들려 물을 사고 기차역에 도착해서 크루아상을 샀는데 까르푸에서 사 올걸 그랬다. 기차역 물가는 만국 공통으로 너무 비싸다 😑
발렌시아 기차역
기차에 탑승한 다음 출발하기 직전에 허겁지겁 기차에 오른 당일치기 여행을 가는 3명을 만났다. 내가 앉은자리가 마주 보는 좌석이라 덕분에 인사도 하고 얘기도 조금 나눴다. 독일인 2명과 슬로바키아인 1명이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발렌시아 남쪽의 소도시로 당일치기를 한다고 한다. 난 북쪽으로 가는데(??) 이 기차가 참 이상한 게 30분 정도 남쪽으로 간 다음에 정차 후 반대 방향으로 출발해 북쪽으로 가는 기차였다.
사라고사행 기차 안
기차에서 꾸벅꾸벅 졸다 보니 금방 사라고사에 도착했다. 확실히 기차가 버스보다 훨씬 편하다. 가격이 너무 악랄해서 그렇지 싼 티켓이 나오면 무조건 기차 타고 다니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전에 마드리드 - 세비야 기차에는 간식 카트도 있었는데 여긴 없는 걸 보니 기차마다 상이한가 보다.
사라고사(ZARAGOZA)는 자라(ZARA) 창업자의 고향인 도시이다.
사라고사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이탈리아인이지만 스페인에서 피자 가게를 하는 티지아노와 함께 도시를 구경하러 나갔다. 처음에 자기소개까지는 스페인어로 할 수 있었는데 그다음에 대화가 너무 안돼서 결국 파파고의 힘을 빌려 대화를 이어나갔다 🥲. 한국에 돌아가면 스페인어를 더 공부해야겠다.
사라고사 축제
사라고사에 도착한 날이 이곳 축제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이 축제는 자그마치 8일 동안 치러진다고 한다. 각 마을(?) 사람들마다 다른 색의 띠를 하고 있는데 가장 큰 광장에서 마을마다 모여 술을 마시고 노는 것 같았다.
굉장히 열정적으로 축제에 임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이런 축제의 유무가 우리나라와는 참 다른 것 같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도시 단위로 진행하는 축제라니...
참고로 사라고사는 스페인 내에서 인구가 4번째로 많은 도시라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 알려진 건 별로 없는 도시인 것 같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파
축제날이라고 주변 도시 사람들까지 다 이곳으로 모인 건지 중심 도로들은 사람들로 한가득이다. 앞에 보이는 건물은 사라고사 성당이다. 성당 안에도 들어갔다 왔는데 급하게 갔다 온 나머지 사진을 찍지 못했다. 혼자 다니면 네 마음대로 서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누군가와 함께 다니면 이런 점이 조금은 불편하다.
라섹 후 넣는 안약을 숙소에 두고 와 혼자 숙소로 돌아가 안약을 넣은 후 티지아노와 밥을 먹으러 왔다. 원래 가려던 바르는 문을 열지 않아서 옆에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티지아노가 데려온 바르
티지아노 말로는 사장님 중 한 분이 이탈리아인이란다. 여기서 타파스를 굉장히 많이 시켜먹었는데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을 또 못 찍었다 😭 아쉽지만 진열되어있는 핀초 사진이라도...
사라고사 퍼레이드
밥을 먹고 나와보니 아까 그 많은 인파들이 길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유는 이 퍼레이드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각기 다른 컨셉의 퍼레이드가 꽤 길게 이어졌는데 중간에 밴드가 지나가기도 하고 북을 치는 사람들이 지나가기도 했다. 티지아노가 갑자기 맥주를 사줬는데 먹다 배불러서 죽을 뻔했다.
퍼레이드를 구경하다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다리 위에 사람들이 많길래 티지아노가 옆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 알고 보니 곧 불꽃놀이가 있다고 한다. 현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게 너무 부러웠다.
사라고사 성당 야경
다리에서 불꽃놀이를 기다리며 사진을 한 장 찍었다. 한 20분을 기다렸는데 불꽃놀이가 시작하지 않아 조금 따분했었다.
불꽃놀이 🔥
그리고 마침내!!! 불꽃놀이가 시작됐는데 성당 반대편에서 진행됐다. 덕분에 가끔 높이 솟아오르는 불꽃들만 구경할 수 있었다. 대체 왜 사람들이 다리에 많이 서있었는지 모르겠는 순간이었다 🤔
사라고사 -> 빌바오
체크아웃할 준비를 마친 후 숙소 앞에 닭구이를 파는 평이 괜찮은 식당이 있어 아침을 먹으러 찾아갔다. 사실 아침이라기에는 11시 남짓이었지만 빌바오행 버스가 1시였기 때문에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밥과 고기
닭고기를 파는 곳이라 Arroz con carne, 직역하면 밥과 고기인 이 메뉴에 닭고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유니 카레 같은 무언가와 밥이 함께 나왔다. 맛은 카레보다는 중국식 마파두부 맛에 가까웠는데 오랜만에 밥을 먹을 수 있어서인지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 포크로 먹느라 조금 힘들긴 했지만...
통닭구이
밥을 다 먹었는데 아무래도 이곳이 통닭구이 전문점인데 닭을 안 먹고 가면 서운하니까 pollo con patatas, 닭과 감자도 하나 포장했다. 이렇게 포장한 비상식량을 들고 사라고사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이 사람은 왜 신났는가?
버스가 예상 시간보다 20분 늦게 와서 당황하긴 했지만 무사히 탑승하고 빌바오로 떠났다. 버스에 탑승해 사진을 찍었는데 표정이 꽤나 좋아 보인다. 사라고사가 즐거워서였을까? 빌바오가 기대돼서일까? 나도 지금은 왜인지 모르겠다 🤔
단순히 경유를 하기 위해 들렀던 사라고사였지만 예상보다 더욱 즐거운 경험을 하고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숙소를 옮길 때마다 짐을 옮기는 게 힘들지만 빌바오에서는 4박이니 괜찮다!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좀 괜찮아서 아침에 일어나서 숙소에서 조식을 먹은 후 멀리 나가기로 결심했다. 참고로 숙소 조식은 매우 부실했다. 첫 날 일찍 도착해서는 내 돈을 내고 먹었지만 둘째날 부터는 호스텔에서 마지막 밤에 침대 변경을 요청하는 대가로 무료 조식을 제공해줘서 먹었다.
이 무료 조식이 좀 어이가 없는게 룸메이트인 존이 자기는 침대 바꿔달라는 요청과 함께 무료 조식을 받았대서 리셉션에 내려가 물어보니 응대하는 직원마다 다르다고 자기네들은 메뉴얼이 없다고 한다... 결국 받기는 했지만 일처리가 영... 종합했을 때 이번 여행에 방문했던 숙소 중 워스트 3 안에 들어간다.
오늘 갈 곳은 발렌시아의 복합 문화 단지? 이다. 걸어가면 한 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뒤에 있는 건축물은 상어 모양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어제 산책했던 그 공원을 따라 쭉 걸어오면 나오는 곳인데 오페라 공연장도 있고 유럽에서 최대 규모인 수족관도 있고 여러 행사들이 이곳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건물 외벽이 유리로 된 곳이 많아 안을 들여다보고 한 건물은 실내에 들어가 봤는데 안에 시설이 별로 없어 알맹이 없는 땅콩 같았다.
발렌시아!
여긴 현지인보다는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장소인 느낌이다. 구글 맵으로 찾아보니 이 건축물들이 있는 곳에서 원래 가려고 생각했던 발렌시아 해변까지 도보로 40분 정도 걸려서 열심히 걸어갔다.
발렌시아 선착장
해변을 찾아가던 중 발견한 이상한 건물 위로 올라가서 찍은 사진이다. 여기도 말라가처럼 항구 바로 옆에 해수욕장이 있는 구조였다. 옆에는 심지어 대학교도 하나 있었다. 캠퍼스가 바다 바로 앞에 있다니...
위에서 전망을 보고 열심히 해변으로 걸어갔는데..! 하늘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다. 바람 때문에 사장의 모래들이 흩날려서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든 정도였다. 평온한 해변은 없었고 그냥 바다가 존재하는지 확인 후 얼른 모래사장으로부터 도망갔다.
얼마나 별로였으면 찍어놓은 사진 하나가 없을까
해변 옆 아이스크림 집
스페인에서는 이탈리아 젤라토를 파는 가게들이 엄청 많다. 여기 해변 옆에도 하나가 있어서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숙소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찾아봤다.
빠에야 발렌시아나
숙소에서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좀 보내다가 같은 방을 쓰는 캐나다에서 온 존이랑 빠에야를 먹으러 나왔다. 빠에야 레스토랑 앞에서 아일랜드에서 온 다른 친구도 만나 셋이 식사를 했는데 이 친구는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발렌시아에 와서 꼭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빠에야 발렌시아나! 토끼고기를 먹어볼 수 있었다!! 근데 이 토끼고기가 생각보다 맛이 없다. 어제 시장에서 봤었을 때 눈치를 챘어야 되는데 닭가슴살과 유사한 정도의 단백질 덩어리다. 닭가슴살보다 쫄깃한 식감이긴 한데 맛도 닭고기와 거의 똑같다. 빠에야에 들어간 쌀들은 보리밥에 들어있는 보리같은 식감을 내는데 한국에서 파는 빠에야들보다 훨씬 수분감이 많았다. 총 평은 "엄청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인 것 같다.
원래 외국에 와서 한식 별로 안 먹는데 시원한 섞박지에 설렁탕이 먹고 싶네요.. 츄릅
마지막 여행 계획 짜기.
오늘은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짜야한다. 바르셀로나를 마지막 일정으로 고정해놨기에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빌바오, 마요르카가 있었고 기차, 버스, 항공권을 검색해봤다.
우선 처음 마요르카로 갈 수 있는 항공권을 검색해봤는데 새벽 1시에 출발하면 9유로, 낮 1시에 출발하면 100유로...라는 놀라운 가격 책정을 보여줬다. 반면 기차는 그냥 꾸준히 비싸고 버스는 꾸준히 싼 가격이었다.
얼마 찾아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점심시간이 돼서 밖에 나가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오르차따라는 이 지역 전통 음료를 마셔봤다.
오르차따
타이거 넛츠라는 견과류를 갈라 만든 거라고 하는데 몇몇 사람들은 아침햇살 맛과 비슷하다는 표현을 하는 걸 봤다. 먹어본 소감은 첫맛으로는 수박 주스인 땡모반 같은 맛이 나고 끝 맛은 견과류 특유의 쌉싸름하고 텁텁한 맛이 났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한 컵을 먹는 내내 이게 대체 무슨 맛이지라는 생각을 연발했다.
메모장에 열심히 끄적여보기
다시 숙소에 들어와서 다음 행선지를 결정했다. 발렌시아에서 빌바오로 바로 가기는 힘들었지만 사라고사라는 도시를 하루 경유해서 가면 가능했다! 내가 빌바오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북쪽 바스크 지방의 음식들이 맛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였다.
이런 이유로 원래 가고 싶었던 마요르카는 다음에 유럽을 오게 된다면 가봐야 할 것 같다. 새벽 1시에 비행기를 타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빌바오행이 결정된 후 바로 기차와 버스 예매를 완료했다 사라고사까지는 기차를, 빌바오까지는 버스를 타고 간다.
계획을 짜고 출발하지 않은 여행이라 이렇게 여행 중간중간에 계획을 짜기 위해 멈춰야 하는데 이것 또한 여행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닐까 싶다. 말라가, 네르하도 원래 도시 이름조차도 몰랐는데 찾아가게 된 곳이었으니까.
발렌시아의 마지막 밤
모든 표들을 예매하고 나서 편안한 마음으로 공원으로 마지막 산책을 나왔다. 하늘을 보니 달이 참 밝았는데 곧 보름달인 것 같았다.
앵무새?
공원 한켠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 가까이 가보니 엄청 큰 새장 안에 수십 마리의 앵무새들이 있는 것 같았다.
발렌시아 처녀 광장
산책을 한 다음 주변에 유명한 베르뭇 바르인 레스따우란떼 보까띤이 있어 찾아가는 길이었다. 베르뭇은 주정 강화 와인이라는데 기존 레드 와인에 약재 같은 걸 이것저것 첨가해 만든다고 한다. 칵테일을 만들 때도 종종 사용된다. 이 광장은 성당 앞 광장보다도 내 숙소랑 가까이 있는데 어째서인지 마지막 저녁에 처음 오게 되었다. 성당 앞의 광장보다 조금 작은 크기이지만 찾는 사람들은 엄청 많았다.
베르뭇과 파타타 브라바스 베르뭇과 염소 치즈 핀초
이곳에서 베르뭇을 많이 마실 생각은 없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맛있어서 3잔이나 마셨다. 이 바르에서도 그라나다처럼 베르뭇 한 잔을 시키면 핀초 한 개를 공짜로 준다. 더 좋은 건 내가 먹고 싶은 핀초를 고를 수 있다는 것! 혹시 발렌시아를 찾게 된다면 꼭 방문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어제 먹었던 빠에야보다 이곳에서 먹었던 저녁이 더욱 만족스러웠다.
발렌시아에서는 주로 산책을 많이 해서 다른 도시보다 블로그에 업로드할 내용이 적은 것 같다. 하지만 그 여유로움이 정말 좋았기에 이번 여행에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았던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라나다 이후부터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잘 안 보인다. 😑
새벽에 숙소에 도착했지만 숙소 체크인은 2시 30분 이후부터 가능했기 때문에 체크인을 하기도 전에 숙소에서 파는 조식을 먹은 후 숙소 1층에 있는 공용 공간에서 모자를 안대삼아 잠을 잤다. 조식은 비싸기만 하고 맛이 너무 없었다 ㅡㅡ.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피로가 많이 쌓였는지 불편할 만도 한데 3시간 정도를 쭉 잔 것 같다.
잠을 보충한 후에도 아직 2시 30분이 안 돼서 호스텔 주변을 산책하러 나갔다.
발렌시아 성당
호스텔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발렌시아 성당이다. 성당을 중심으로 많은 음식점들과 광장이 있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인 것 같다. 나는 광장을 지나 발렌시아 중앙 시장으로 향했다. 발렌시아 중앙 시장은 전통 시장을 리모델링한 시장이라고 한다.
정체불명의 악기
시장에 도착하기 직전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악기를 가지고 버스킹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셨다. 한때 버스킹에 관심이 있었다던 김XX군의 얘기에 의하면 핸드팬이랑 카혼이라고 한다.
중앙시장 입구
시가지 한가운데에 있기도 하고 관광 장소로도 유명해서 그런지 살짝 우리나라의 광장시장쯤의 포지션이지 않을까 싶다.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가 많았었다.
시장 내부
시장 내부에 들어갔을 때 생각보다 시장 규모가 커서 놀랐었다. 이상하게 해산물을 파는 가게들은 한쪽에 몰려 있는데 해산물을 제외한 다른 것들을 파는 가게들은 시장 안에 무질서하게 배치되어 있다.
까라비네로 세우
앞서 말했던 김XX군이 내가 스페인에 오기 전부터 스페인에 가면 꼭 먹어보라고 했단 까라비네로 세우. 내가 가격표를 제대로 본 건지는 모르겠는데 250g에 3만 원 정도의 가격이었던 것 같다. 세우 가격이 거의 소고기 수준이거니와 호스텔에서 세우 요리를 하기는 너무 빡셀 것 같아서 포기했다. 바르셀로나 시장에서도 팔 것 같으니 다음 기회를 노려본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좀 혐짤이니 심신이 미약하신 분들은 넘기시는 걸 추천드린다.
토...끼?
스페인 음식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인 빠에야. 빠에야는 원래 발렌시아의 전통 음식이라고 한다. 특히 발렌시아 빠에야는 토끼고기와 닭고기 등을 넣고 만들기로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시장에서 저렇게 토끼 고기를 판다. 외국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우리나라에서는 팔지 않는 식자재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시장표 라자냐
시장에서 구입한 라자냐, 오늘의 점심이었다. 스페인에 와서 자꾸 이탈리아 음식을 먹게 되는데 어쩔 수가 없다. 여기 음식들 중 저렴한 음식들은 전부 타파스인데 죄다 빵이랑 햄 치즈 이런 것들이라 매일 먹기에는 질린다.
이제 숙소에 도착하면 주변에 마트가 어디 있는지 찾는 게 습관이 됐다. 이번 마트는 좀 거리가 있긴 했지만 들려서 장을 좀 봤는데 세상에 1.5리터짜리 물이랑 6리터짜리 물이랑 가격이 똑같다;;; 어떻게 6리터에 900원이야 물이...? 아 그리고 발렌시아가 오렌지로 워낙 유명한 도시이다보니 마트에서 파는 생과일 착즙 오렌지 주스도 먹어봤는데 다른 도시보다 더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
두 번째 항목이 6L 생수다
저녁은 마트에서 사 온 간편 조리 식품으로 해결하고 숙소에 세계지도가 있길래 대한민국을 찾아봤더니 나 이전에도 한국인 2명이 흔적을 남겨놨다. 나도 '저도 있어요!'라고 써놨는데 아직까지 같은 호스텔에 묶는 사람 중에 한국인을 한 번도 못 본 걸 보면 이 사람들도 똑같은 상황이었을 것 같다.
⭐️코리아 파워⭐️
발렌시아의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이번 숙소가 내가 이제까지 스페인에서 가본 숙소 중 가장 습하고 더웠는데 일기예보를 찾아보니 앞으로 계속 비가 온다고... 발렌시아에도 바다가 있는데 백사장에서 일광욕하기는 포기해야 될 것 같다.
근데 이 일기예보도 좀 이상한 게 정작 수요일에는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았다. 적어도 현재 날씨는 정확하게 알려줘야 되는 거 아닌가? 대한민국 기상청보다 성의가 없는 것 같다.
밤에 숙소에서 나와 주변을 산책하는데 발렌시아 시내에 공원이 정말 잘 조성되어 있다. 공원 곳곳에서 여러 가지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길을 따라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원래 가볍게 산책만 할 생각으로 나갔었는데 공원이 너무 좋아서 숙소에 다시 들어와 운동화로 갈아 신고 공원에서 달리기를 했다.
발렌시아 도심 공원
도시 중앙을 가로지르는 공원 때문에 다리가 세워진 건지 아니면 원래 강이 있었는데 공원을 조성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도시 한가운데에 이런 큰 녹지가 있다는 건 정말이지 삶의 질을 많이 올려주는 것 같다.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라나다에서의 이튿날, 이제껏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잔 잠 중 가장 꿀잠을 자고 10시쯤 일어났다. 나의 다음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았기에 어디로 가야 할지 찾아봐야 한다. 당장 다음날이 체크아웃이라 오늘 정하지 않으면 내일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오늘은 하루 종일 여행지를 정하는데 집중했다.
3.9유로짜리 피자
하지만 일단 밥은 먹고살아야 하니 숙소 근처의 저렴한 피자집을 발견해 찾아갔다. 이탈리아 피자를 파는 곳이었는데 피자스쿨보다 큰 피자를 한 판에 3.9유로에 먹을 수 있다. 주문을 하면 바로 만들어서 구워주시는데 여태껏 먹어본 피자 중 가성비는 제일 좋은 것 같다. 포장 전문점이어서 숙소로 가져와 공용 공간에서 먹으면서 여행일지를 조금 작성했다. 피자의 맛은 3.9유로 피자 치고 훌룡했다! 집 근처에 있다면 자주 먹을 듯..
피자를 먹고 다시 침대에 누워 다음에 어디를 갈지 고민했다. 세 후보가 있었는데 우선 첫 번째로 여행 출발 전 끊어놓은 항공권이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 두 번째로 스페인 동쪽에 있는 마요르카 섬 마지막으로 스페인 동부 해안의 발렌시아 이렇게 세 곳 중 어디를 갈지 고심했다.
밀라노로 향하는 항공권은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만약 밀라노를 가려한다면 바르셀로나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라나다에서 바르셀로나까지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가는 비용이 밀라노 항공권보다 비쌌고, 밀라노에 괜찮은 숙소를 찾는 데에도 실패해 이탈리아는 다음 여행에 가봐야 할 것 같다.
남은 곳은 마요르카와 발렌시아였는데 그라나다 공항이 쥐꼬리만 한 관계로 발렌시아행이 결정됐다.
산 니콜라스 전망대 전경
발렌시아로 가기로 결정한 후 호스텔에서 나와 언덕을 조금 올라가면 있는 산 니콜라스 전망대로 올라갔다. 원래 여기는 노을 맛집으로 유명한 곳인데 아쉽게도 계속 날씨가 흐려 노을은 보지 않고 해가 지기 전에 전망대에서 내려왔다.
전망대에서 내려온 후 주변에 갈 만한 음식점이 없나 찾아보다 발견한 곳이 있었다. cacho&pepe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데 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곳인지 가게 내에 테이블은 2개밖에 없었고 이마저도 전부 2인용 테이블이었다.
까초에페페에서 먹는 까초에페페
이탈리아 근본 파스타 중에 까초에 페페라고 양 젖 치즈와 후추만을 이용해 만드는 파스타가 있다. 사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가게 이름이 까초에 페페이기 때문이다. 한식으로 치면 가게 이름이 김치찌개인 느낌이랄까.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브랜드인 RUMMO 파스타가 있어 오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난 집에서 몇 번 까초에 페페를 만들려고 시도해봤는데 항상 크림 같은 소스 질감을 만드는 데 실패했고 이게 실제로 가능한가 싶었는데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파스타를 한 입 먹는 순간 아 이게 진짜 까초에 페페구나 싶었더.
이탈리아도 갔어야되나...
이베리코 구이
파스타를 먹고서 2차로 알고 있었던 바비큐 전문점에 가서 이베리코 구이를 먹었다. 사실 이곳은 유튜브를 통해서 미리 접했고 기대를 많이 하고 간 곳이었는데 일단 입장하자마자 스페인 온 한국 사람은 전부 여기로 왔는지 절반이 한국인이었고 이전에 먹고 온 파스타의 인상이 너무 강해서인지 맛있고 잘 구운 돼지고기였지만 그 이상의 감동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라나다 시내 중앙에 있는 동상
그렇게 두 끼를 해치우고 그라나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산책을 하다가 숙소에 들어갔다. 그라나다는 알람브라의 영향인지 아니면 과거 이슬람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분수들이 참 많다.
인생 첫 심야 버스.
내가 타는 버스는 저녁 11시 45분에 출발해서 다음 날 오전 7시에 도착하는 버스였다. 숙소 체크아웃은 11시이지만 리셉션에 짐을 맡길 수 있기 때문에 짐을 맡겨놓고 같은 방을 쓰는 스위스 친구인 패트릭과 하이킹을 하러 갔다.
알바이신 지구
어제 왔었던 니콜라스 전망대와 첫날 왔었던 알람브라 궁전 사이에 있는 마을인 알바이신까지 걸어왔다. 니콜라스 전망대와 알바이신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는데 이 마을 쪽으로 내려오니 사람이 적어 한적해 좋았다. 그런데 걷다 보니 유독 그라나다가 다른 도시들에 비해 길가에 개똥이 많다... 다른 도시들에 개가 더 많았던 거 같은데 여긴 주인이 개똥을 안 치워도 되나??
소고기 스테이크 크림 대구
한 2시간 정도를 걸은 후 주변 음식점을 찾다가 들어온 곳이었다. 오늘의 메뉴가 있는 곳을 찾아가려 했으나 주변에 있던 대부분의 곳들이 음식을 안주 느낌으로 파는 곳들이어서 이곳에 왔다. 이상하게 가격이 더 나가는 소고기 스테이크보다 대구가 더 맛있었다.
말라가에서도 먹었던 치즈케이크
밥을 먹고 오늘은 긴 여정을 떠나야 하는 날이니 미리 먹어두자는 의미로 전에 말라가에서도 먹었던 치즈케이크를 다시 먹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말라가에서 먹었던 치즈케이크가 더 맛있었다.
숙소에 다시 들어와 공용 공간에 갔는데 체스판이 있길래 체스를 두 판 했다. 정말 오랜만에 해보는 체스였는데 스페인에 여행 와서 머리를 가장 많이 쓰지 않았나 싶다. 첫 판은 패트릭과, 두 번째 판은 독일 친구인 지몬과 했는데 결과는 1승 1패였다. 이후 블로그도 쓰고 다른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11시가 돼서 나는 숙소에서 나와 버스 터미널로 향했고 짐을 들기가 너무 싫어서 그냥 택시를 탔다. 그라나다가 택시비는 싼 편이라 요금은 생각보다 얼마 나오지 않았다.
버스 터미널에 있는 자판기에서 1.5리터짜리 큰 물을 하나 산 후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전부 각자 꽤 많은 양의 짐과 피곤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새벽 버스는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많은 것 같았는데 역시 이 사람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출발도 안 했는데 벌써 지쳤다
스페인에 와서 면도를 꽤 오래 안 했더니 머리도 많이 자라고 수염도 많이 자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수염은 한국 가기 전까지 조금 길러보자는 마인드.
버스가 도착했다. 기존에 도시 간 이동을 할 때도 자주 탄 버스이지만 그래도 심야버스는 좌석이 더 넓거나... 할 줄 알았는데 잠을 청하는데 눈을 부시게 하는 스크린 하나를 제외하고는 일반 버스와 다른 게 없었다. 오히려 평소에 타던 버스보다 사람이 많아서 더웠고 생각보다 의자가 딱딱해 오래 앉아있으려니 힘들었다. 차라리 비행기 이코노미 클래스 의자가 더 앉아있기 편한 것 같다.
새벽 4시 쯤 정차한 휴게소
내가 탄 심야 버스는 직행 노선이 아니다 보니 중간중간 꽤 많은 역에서 정차했는데 이때마다 버스가 불을 환하게 켜서 잠에서 깼다. 그러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15분 동안 정차했는데 비행기보다 좋은 점이라면 휴게소에 정차하는 동안 밖에 나가서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스트레칭도 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더욱 불편했던 심야버스였다... 😭
발렌시아의 일출
오전 7시경 발렌시아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진이 쫙 빠져서 그냥 그대로 자고 싶었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는데 그 사이에서 나는 혼자 캐리어를 끌며 지나갔다.
시내버스를 타기 전에 해가 떠오르는 게 보여 잠깐 멈춰 사진을 찍었다. 한국에서도 일출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인데 스페인에 와서 보다니...
7시 40분쯤 숙소에 도착해 리셉션에 짐을 맡기고 공용 공간에 누워서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심야버스는... 한 번 경험해본 걸로 충분한 것 같다 🤐
아침 9시에 일어나 씻은 후 짐을 싸고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버스 정류장까지 도보로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촉박해서 아침을 굉장히 허겁지겁 마무리하고 숙소를 나섰다. 다행히 무사히 버스에 탑승했고 그렇게 네르하를 떠나 그라나다로 향한다.
그라나다 버스 터미널
네르하에서 그라나다까지는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내가 탄 버스는 중간에 4개의 도시를 경유해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스페인에서 현금을 사용할 일이 별로 없는데 버스를 이용할 때는 현금을 사용해야 되는데 덕분에 항상 동전이 많다. 1유로, 2유로가 동전이라 항상 짤랑짤랑 💰
숙소에는 체크인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짐을 맡기고 말라가에서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해둔 알람브라 궁전을 둘러보러 갔다.
무료 타파스
알람브라 궁전을 가기 전에 시내를 걷다 평점이 괜찮은 샌드위치 집이 있어 들렀다. 그라나다에서는 거의 모든 음식점들이 저렇게 음료 하나당 타파스 하나를 준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들과 음료들의 가격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니 관광객 입장에서는 참 착한 문화인 것 같다. 👍
점심을 다 먹고 그라나다 시내에서 알람브라 궁전에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탑승하려 했는데 가지고 있는 동전이 부족해서 버스 하나를 놓쳤다.
스페인 버스들은 운임의 5배가 넘는 현금을 버스에서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지폐도 단위가 작은 5유로나 10유로 권을 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 나는 결국 주변 마트에 들러 물을 한 병 사고받은 거스름돈으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알람브라 헤네랄리페
내가 알람브라 궁전에 입장해 처음으로 찾은 곳은 헤네랄리페였다. 내가 궁전에 도착했을 때는 알람브라 궁전의 하이라이트인 나스르 궁 입장까지 2시간 30분 정도를 남겨두고 있어서 홀로 떨어져 있는 헤네랄리페부터 찾아갔다.
정원 곳곳에 분수가 많은데 덕분에 물이 조르륵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기 좋았다.
알카사바
중간에 알카사바(성)라던가 카를로스 5세 궁전 등 알람브라 내부에 있는 곳들은 다 둘러봤는데 큰 감흥은 없었다. 그라나다가 시에라 네바다 산맥 바로 앞에 있어서인지 구름이 많아 하늘이 거의 안 보여서 그랬을까... ⛅️
무친 디테일
4시 30분, 드디어 알람브라 궁전의 하이라이트인 나스르 궁전에 입장했다. 갔다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알람브라 명성 지분의 80퍼센트는 나스르 궁전, 15퍼센트는 헤네랄리페 5퍼센트가 나머지 아닐까 싶다. 나스르 궁전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이슬람풍의 무늬들은 내 시선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길을 따라 쭉 가다 보면 모든 관광객들이 멈춰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 곳이 있다. 바로 아라야네스 정원이다. 사실 나도 관람할 당시에는 정원이나 방의 이름을 제대로 몰랐는데 그렇다고 블로그에 '네모난 물 웅덩이가 있는 곳'이라고 쓰기는 좀 그러니까 검색해보고 쓰고 있다.
아라야네스 정원
나스르 궁전 내부 역시 헤네랄리페와 마찬가지로 정말 다양한 곳에서 물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더욱 아름다웠던 건 나스르 궁전인 것 같다. 여러 곳에 숨어있는 건물의 대칭성을 관찰하며 고요하게 채널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를 듣다 보면 절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어쩌면 바닥에 깔려있는 물 또한 물에 비친 상을 이용해 대칭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녔을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사자의 정원
원래 사진 좌측 하단에 보이는 개 같은 사자는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의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모든 사자가 물을 뿜고 있었다. 관람을 위해 그냥 다 물을 틀어놓은 듯. 사자의 정원 역시도 바닥 곳곳에 있는 채널을 따라 물이 흐르는데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을 너무 열심히 찍으시다가 발을 적시는 여행객도 몇 분 봤다.
천장의 장식
실제로 보면 정말 경이로운 나스르 궁전 내부의 천장 장식이다. 각 방마다 다른 무늬로 장식되어 있는데 마치 동굴에 있는 종유석을 보는 것 같다. 천장 또한 대칭성이 도드라지게 만들어져 있다.
?????
나스르 궁전의 막바지에 지나가던 외국인이 사진을 열심히 찍길래 내 사진을 부탁했는데 역시 재능과 흥미는 다르다 이건가? 처참한 결과물이다.... 🤔
다시 봐도 어처구니가 없네;
알람브라 궁전 구경을 마치고 다시 시내로 내려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그라나다 대성당이 있어 찍어봤다. 어느 동네를 가나 대성당이 있는데 이제까지 본 성당 중에는 세비야 대성당이 가장 멋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종교가 없기 때문에 그 안에 깃든 여러 의미들을 이해하지 못해 그럴 수도 있다.
그라나다 대성당
숙소에 체크인을 한 후 숙소 왓츠앱을 통해 일몰을 보러 갈 사람을 구하는 친구가 있어 같이 갔다. 날씨가 너무 흐려 일몰을 보지는 못했지만 시내로 내려와 다 같이 바르에 가서 맥주, 띤또 데 베라노 등을 마시며 놀았다. 아쉽게도 따로 찍어놓은 사진이 없다...
그라나다에 도착한 첫날부터 알람브라를 구경하고 열심히 돌아다닌 것 같다. 😎 그리고 이번 숙소가 거의 마드리드에서의 숙소만큼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