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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빠에야의 본고장 발렌시아

여행/2022, 스페인

by leepil 2022. 10. 1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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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 도심 나들이.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좀 괜찮아서 아침에 일어나서 숙소에서 조식을 먹은 후 멀리 나가기로 결심했다. 참고로 숙소 조식은 매우 부실했다. 첫 날 일찍 도착해서는 내 돈을 내고 먹었지만 둘째날 부터는 호스텔에서 마지막 밤에 침대 변경을 요청하는 대가로 무료 조식을 제공해줘서 먹었다.

이 무료 조식이 좀 어이가 없는게 룸메이트인 존이 자기는 침대 바꿔달라는 요청과 함께 무료 조식을 받았대서 리셉션에 내려가 물어보니 응대하는 직원마다 다르다고 자기네들은 메뉴얼이 없다고 한다... 결국 받기는 했지만 일처리가 영... 종합했을 때 이번 여행에 방문했던 숙소 중 워스트 3 안에 들어간다.

오늘 갈 곳은 발렌시아의 복합 문화 단지? 이다. 걸어가면 한 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뒤에 있는 건축물은 상어 모양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어제 산책했던 그 공원을 따라 쭉 걸어오면 나오는 곳인데 오페라 공연장도 있고 유럽에서 최대 규모인 수족관도 있고 여러 행사들이 이곳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건물 외벽이 유리로 된 곳이 많아 안을 들여다보고 한 건물은 실내에 들어가 봤는데 안에 시설이 별로 없어 알맹이 없는 땅콩 같았다.

발렌시아!

여긴 현지인보다는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장소인 느낌이다. 구글 맵으로 찾아보니 이 건축물들이 있는 곳에서 원래 가려고 생각했던 발렌시아 해변까지 도보로 40분 정도 걸려서 열심히 걸어갔다.

발렌시아 선착장

해변을 찾아가던 중 발견한 이상한 건물 위로 올라가서 찍은 사진이다. 여기도 말라가처럼 항구 바로 옆에 해수욕장이 있는 구조였다. 옆에는 심지어 대학교도 하나 있었다. 캠퍼스가 바다 바로 앞에 있다니...

위에서 전망을 보고 열심히 해변으로 걸어갔는데..! 하늘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다. 바람 때문에 사장의 모래들이 흩날려서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든 정도였다. 평온한 해변은 없었고 그냥 바다가 존재하는지 확인 후 얼른 모래사장으로부터 도망갔다.

얼마나 별로였으면 찍어놓은 사진 하나가 없을까

해변 옆 아이스크림 집

스페인에서는 이탈리아 젤라토를 파는 가게들이 엄청 많다. 여기 해변 옆에도 하나가 있어서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숙소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찾아봤다.


빠에야 발렌시아나

숙소에서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좀 보내다가 같은 방을 쓰는 캐나다에서 온 존이랑 빠에야를 먹으러 나왔다. 빠에야 레스토랑 앞에서 아일랜드에서 온 다른 친구도 만나 셋이 식사를 했는데 이 친구는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발렌시아에 와서 꼭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빠에야 발렌시아나! 토끼고기를 먹어볼 수 있었다!! 근데 이 토끼고기가 생각보다 맛이 없다. 어제 시장에서 봤었을 때 눈치를 챘어야 되는데 닭가슴살과 유사한 정도의 단백질 덩어리다. 닭가슴살보다 쫄깃한 식감이긴 한데 맛도 닭고기와 거의 똑같다. 빠에야에 들어간 쌀들은 보리밥에 들어있는 보리같은 식감을 내는데 한국에서 파는 빠에야들보다 훨씬 수분감이 많았다. 총 평은 "엄청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인 것 같다.

원래 외국에 와서 한식 별로 안 먹는데 시원한 섞박지에 설렁탕이 먹고 싶네요.. 츄릅

마지막 여행 계획 짜기.

오늘은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짜야한다. 바르셀로나를 마지막 일정으로 고정해놨기에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빌바오, 마요르카가 있었고 기차, 버스, 항공권을 검색해봤다.

우선 처음 마요르카로 갈 수 있는 항공권을 검색해봤는데 새벽 1시에 출발하면 9유로, 낮 1시에 출발하면 100유로...라는 놀라운 가격 책정을 보여줬다. 반면 기차는 그냥 꾸준히 비싸고 버스는 꾸준히 싼 가격이었다.

얼마 찾아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점심시간이 돼서 밖에 나가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오르차따라는 이 지역 전통 음료를 마셔봤다.

오르차따

타이거 넛츠라는 견과류를 갈라 만든 거라고 하는데 몇몇 사람들은 아침햇살 맛과 비슷하다는 표현을 하는 걸 봤다. 먹어본 소감은 첫맛으로는 수박 주스인 땡모반 같은 맛이 나고 끝 맛은 견과류 특유의 쌉싸름하고 텁텁한 맛이 났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 한 컵을 먹는 내내 이게 대체 무슨 맛이지라는 생각을 연발했다.

메모장에 열심히 끄적여보기

다시 숙소에 들어와서 다음 행선지를 결정했다. 발렌시아에서 빌바오로 바로 가기는 힘들었지만 사라고사라는 도시를 하루 경유해서 가면 가능했다! 내가 빌바오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북쪽 바스크 지방의 음식들이 맛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였다.

이런 이유로 원래 가고 싶었던 마요르카는 다음에 유럽을 오게 된다면 가봐야 할 것 같다. 새벽 1시에 비행기를 타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빌바오행이 결정된 후 바로 기차와 버스 예매를 완료했다 사라고사까지는 기차를, 빌바오까지는 버스를 타고 간다.

계획을 짜고 출발하지 않은 여행이라 이렇게 여행 중간중간에 계획을 짜기 위해 멈춰야 하는데 이것 또한 여행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닐까 싶다. 말라가, 네르하도 원래 도시 이름조차도 몰랐는데 찾아가게 된 곳이었으니까.

발렌시아의 마지막 밤

모든 표들을 예매하고 나서 편안한 마음으로 공원으로 마지막 산책을 나왔다. 하늘을 보니 달이 참 밝았는데 곧 보름달인 것 같았다.

앵무새?

공원 한켠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 가까이 가보니 엄청 큰 새장 안에 수십 마리의 앵무새들이 있는 것 같았다.


발렌시아 처녀 광장

산책을 한 다음 주변에 유명한 베르뭇 바르인 레스따우란떼 보까띤이 있어 찾아가는 길이었다. 베르뭇은 주정 강화 와인이라는데 기존 레드 와인에 약재 같은 걸 이것저것 첨가해 만든다고 한다. 칵테일을 만들 때도 종종 사용된다. 이 광장은 성당 앞 광장보다도 내 숙소랑 가까이 있는데 어째서인지 마지막 저녁에 처음 오게 되었다. 성당 앞의 광장보다 조금 작은 크기이지만 찾는 사람들은 엄청 많았다.

베르뭇과 파타타 브라바스
베르뭇과 염소 치즈 핀초

이곳에서 베르뭇을 많이 마실 생각은 없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맛있어서 3잔이나 마셨다. 이 바르에서도 그라나다처럼 베르뭇 한 잔을 시키면 핀초 한 개를 공짜로 준다. 더 좋은 건 내가 먹고 싶은 핀초를 고를 수 있다는 것! 혹시 발렌시아를 찾게 된다면 꼭 방문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어제 먹었던 빠에야보다 이곳에서 먹었던 저녁이 더욱 만족스러웠다.

발렌시아에서는 주로 산책을 많이 해서 다른 도시보다 블로그에 업로드할 내용이 적은 것 같다. 하지만 그 여유로움이 정말 좋았기에 이번 여행에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았던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라나다 이후부터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잘 안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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