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브라 == 나스르 궁전.
아침 9시에 일어나 씻은 후 짐을 싸고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버스 정류장까지 도보로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촉박해서 아침을 굉장히 허겁지겁 마무리하고 숙소를 나섰다. 다행히 무사히 버스에 탑승했고 그렇게 네르하를 떠나 그라나다로 향한다.

네르하에서 그라나다까지는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내가 탄 버스는 중간에 4개의 도시를 경유해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스페인에서 현금을 사용할 일이 별로 없는데 버스를 이용할 때는 현금을 사용해야 되는데 덕분에 항상 동전이 많다. 1유로, 2유로가 동전이라 항상 짤랑짤랑 💰
숙소에는 체크인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짐을 맡기고 말라가에서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해둔 알람브라 궁전을 둘러보러 갔다.

알람브라 궁전을 가기 전에 시내를 걷다 평점이 괜찮은 샌드위치 집이 있어 들렀다. 그라나다에서는 거의 모든 음식점들이 저렇게 음료 하나당 타파스 하나를 준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들과 음료들의 가격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니 관광객 입장에서는 참 착한 문화인 것 같다. 👍
점심을 다 먹고 그라나다 시내에서 알람브라 궁전에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탑승하려 했는데 가지고 있는 동전이 부족해서 버스 하나를 놓쳤다.
스페인 버스들은 운임의 5배가 넘는 현금을 버스에서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지폐도 단위가 작은 5유로나 10유로 권을 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 나는 결국 주변 마트에 들러 물을 한 병 사고받은 거스름돈으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내가 알람브라 궁전에 입장해 처음으로 찾은 곳은 헤네랄리페였다. 내가 궁전에 도착했을 때는 알람브라 궁전의 하이라이트인 나스르 궁 입장까지 2시간 30분 정도를 남겨두고 있어서 홀로 떨어져 있는 헤네랄리페부터 찾아갔다.
정원 곳곳에 분수가 많은데 덕분에 물이 조르륵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기 좋았다.

중간에 알카사바(성)라던가 카를로스 5세 궁전 등 알람브라 내부에 있는 곳들은 다 둘러봤는데 큰 감흥은 없었다. 그라나다가 시에라 네바다 산맥 바로 앞에 있어서인지 구름이 많아 하늘이 거의 안 보여서 그랬을까... ⛅️

4시 30분, 드디어 알람브라 궁전의 하이라이트인 나스르 궁전에 입장했다. 갔다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알람브라 명성 지분의 80퍼센트는 나스르 궁전, 15퍼센트는 헤네랄리페 5퍼센트가 나머지 아닐까 싶다. 나스르 궁전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이슬람풍의 무늬들은 내 시선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길을 따라 쭉 가다 보면 모든 관광객들이 멈춰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 곳이 있다. 바로 아라야네스 정원이다. 사실 나도 관람할 당시에는 정원이나 방의 이름을 제대로 몰랐는데 그렇다고 블로그에 '네모난 물 웅덩이가 있는 곳'이라고 쓰기는 좀 그러니까 검색해보고 쓰고 있다.

나스르 궁전 내부 역시 헤네랄리페와 마찬가지로 정말 다양한 곳에서 물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더욱 아름다웠던 건 나스르 궁전인 것 같다. 여러 곳에 숨어있는 건물의 대칭성을 관찰하며 고요하게 채널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를 듣다 보면 절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어쩌면 바닥에 깔려있는 물 또한 물에 비친 상을 이용해 대칭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녔을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원래 사진 좌측 하단에 보이는 개 같은 사자는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의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모든 사자가 물을 뿜고 있었다. 관람을 위해 그냥 다 물을 틀어놓은 듯. 사자의 정원 역시도 바닥 곳곳에 있는 채널을 따라 물이 흐르는데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을 너무 열심히 찍으시다가 발을 적시는 여행객도 몇 분 봤다.

실제로 보면 정말 경이로운 나스르 궁전 내부의 천장 장식이다. 각 방마다 다른 무늬로 장식되어 있는데 마치 동굴에 있는 종유석을 보는 것 같다. 천장 또한 대칭성이 도드라지게 만들어져 있다.

나스르 궁전의 막바지에 지나가던 외국인이 사진을 열심히 찍길래 내 사진을 부탁했는데 역시 재능과 흥미는 다르다 이건가? 처참한 결과물이다.... 🤔
다시 봐도 어처구니가 없네;
알람브라 궁전 구경을 마치고 다시 시내로 내려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그라나다 대성당이 있어 찍어봤다. 어느 동네를 가나 대성당이 있는데 이제까지 본 성당 중에는 세비야 대성당이 가장 멋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종교가 없기 때문에 그 안에 깃든 여러 의미들을 이해하지 못해 그럴 수도 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한 후 숙소 왓츠앱을 통해 일몰을 보러 갈 사람을 구하는 친구가 있어 같이 갔다. 날씨가 너무 흐려 일몰을 보지는 못했지만 시내로 내려와 다 같이 바르에 가서 맥주, 띤또 데 베라노 등을 마시며 놀았다. 아쉽게도 따로 찍어놓은 사진이 없다...
그라나다에 도착한 첫날부터 알람브라를 구경하고 열심히 돌아다닌 것 같다. 😎 그리고 이번 숙소가 거의 마드리드에서의 숙소만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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