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옮기기는 힘들어.
말라가에서 네르하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10시쯤?) 일어나 허겁지겁 짐을 싸고 전날 검색해둔 츄러스 집으로 찾아갔다. 인기가 엄청 많은 집인지 포장할 사람들이 주문하는 곳이 따로 있었다. 버스 시간이 넉넉하게 남지는 않았어서 나는 포장을 해 버스 정류장에 가서 먹기로 했다.

사실 나는 초콜릿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초코라떼에 큰 감동을 느끼진 않지만 이곳에서 주문한 초코라떼는 한국 핫초코랑 제일 비슷했다!! 이전에 먹은 애들은 다 너무 끈적끈적이었어... 츄러스 맛은 말라가에서 먹었던 츄러스랑 비슷했는데 츄러스 2개에 초코라떼 하나를 주문하면 초코라떼가 너무 많이 남는다.

츄러스를 다 먹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사진 한 컷. 네르하행 버스의 도착 예정 시간이 10시 5분이었나 그랬는데 10시 10분쯤에 한 버스가 도착해서 "이거 네르하 가는 건가요?"라고 물어보니까 아니라고 하셨고 내 질문을 들은 옆에 계시는 분들이 자기들도 네르하 버스 기다린다고 해서 같이 기다리다 10시 20분쯤 네르하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전에 말라가에서 갔던 저렴란 마트도 Mercadona라는 브랜드였는데 네르하에서도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 발견해서 들어가서 빵을 몇 개 구매했다. 앞으로 이동하는 도시마다 근처에 이 마트가 있나 찾을 듯.
도미토리에 체크인을 한 후 옥상 루프탑으로 올라가 크루아상과 오렌지 주스를 먹었다. 저 크루아상 하나가 0.35유로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450원 정도 가격이니 진짜 저렴하죠..? 루프탑에서 앙헬라라는 스위스 친구를 만났는데 이 친구는 네르하에서 3주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스페인어를 공부 중이라고 한다.
간단한 점심을 먹으면서 든 생각은 네르하는 참 고요한 도시라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이 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조용히 쉬기에 이제껏 방문했던 어떤 도시보다도 좋았다.

점심을 다 먹고 네르하에서 가장 유명한 발콘 데 에우로파에 갔다. 어딜 둘러봐도 높고 푸른 하늘과 바다여서 정말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말라가도 그렇고 네르하도 그렇고 바갓가에 가만히 앉아 파도가 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 좋다.

옆이 있는 무리에게 사진을 찍어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한 여자분을 가리키면서 "쟤가 우리 중에서 제일 잘 찍어."라는 듯이 말했고 그분이 앞에 나와서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내가 이제까지 만난 외국인 중에서 사진을 제일 잘 찍으시는 것 같았다.


사실 이건 전 마트에서도 눈독 들였던 디저트였는데 판나코타를 사 먹느라 먹지 못했었다. 설탕 가루들이 따로 포장되어 있는데 그걸 푸딩(?) 위에 뿌리면 저렇게 불로 구운 것처럼 변한다. 맛은 한국에서 비싼 돈 주고 먹는 브륄레랑 똑같은 것 같다. 저건 개당 600원이었다.....
루프탑에서 크림 브륄레를 하나 까먹으며 시간을 때우다가 7시가 넘었을 무렵 동네에 있는 가게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배고파서 사진을 너무 급하게 찍었는지 이거 말고는 찍은 사진이 없다. 이날 나는 오픈 시간에 맞춰 가게를 찾아가서 예약을 하지 않고도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15분쯤 뒤에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가게에 들어오셨다가 자리가 없어 그냥 나가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합석하셔도 된다고 말했고 세 분이 내 테이블에 합석하셨다.
합석하신 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나가려는데 남성 분이 자기가 다 계산했다면서 국방비 지불하는 거라고 하셨다. 대화 중에 곧 군대에 간다고 얘기하긴 했는데 밥까지 사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스페인 와서 다른 분들에게 밥을 자주 얻어먹는 거 같다 😄

제일 큰 광장에서 축제를 하길래 찾아가 봤다. 전부 스페인어 노래라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앞에서 몇몇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밴드였던 것 같다. 난 가사는 하나도 모르니 그냥 노래만 듣다가 왔는데 여행하면서 마주치는 이런 공연들은 언제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스페인의 산토리니 프리힐리아나.

네르하에서의 이튿날, 프론트 데스크에 있는 프리힐리아나행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3시쯤 프리힐리아나로 출발했다. 프리힐라아나는 네르하에서 버스로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매우 작은 크기의 도시라 네르하에서 당일치기로 많이들 방문한다고 한다.

프리힐리아나에 도착해서 찍은 사진인데 이 동네도 톨레도 마냥 언덕이 상당히 많다. 물론 규모는 톨레도가 훨씬 크지만 무릎이 안 좋은 분들은 마을을 구경하기 상당히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워낙 스페인의 산토리니로 유명한데 사실 산토리니도 이런 분위기일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가보게 된다면 비교해보겠습니다 ㅎㅎ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니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바르가 하나 있어 들어가 맥주를 하나 주문했다. 가격이 좀 비싼 편이긴 했지만 감자칩도 같이 주고 무엇보다 전망이 무척이나 좋았기에 값어치를 했다고 생각한다.

네르하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피나콜라다 맛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스페인에서의 대부분의 아이스크림 가게는 우리가 아는 이탈리아식 젤라또를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인 것 같다. 이거 맛있었다 코코넛과 파인애플의 조화가 좋았는데 나중에 다른 곳에서 같은 맛을 발견한다면 또 먹을 것 같다.

네르하에서는 총 2박을 했는데 워낙 고요하고 평온한 동네여서 산책을 몇 번 하고 루프탑에 가서 쉬고 하는 일상을 반복해서 특별히 한 활동은 별로 없다. 하지만 예쁜 산맥과 바다가 있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가 아닌가 싶다 😎
'여행 > 2022, 스페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10 스페인의 심야버스 (5) | 2022.10.08 |
---|---|
ep.09 알람브라 궁전 (1) | 2022.10.07 |
ep.07 말라가에서 비 맞기 (4) | 2022.10.02 |
ep.06 태양의 해안 말라가 (10) | 2022.10.01 |
ep.05 황금의 도시 세비야 (6) | 2022.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