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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 바르셀로나 도보여행

여행/2022, 스페인

by leepil 2022. 12. 2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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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디저트 (feat. 피스타치오).

까사 밀라

어제 본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이어 바르셀로나에서 본 가우디의 두 번째 건축물인 까사 밀라이다. 나는 가우디 투어를 신청하지 않아서 외관을 둘러본 후 1층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까사 밀라 안 카페

어제까진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서부터 한국인이 엄청 많았다.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사방에서 들려오는 한국어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카페에서 건물 내부의 인테리어를 보면서 커피와 크루와상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천장과 기둥 그리고 벽에 아무래도 바다를 본떠서 만든 듯한 장식들이 가득했다.



대로를 따라 쭉 내려와 다음 가우디의 건축물인 까사 바트요에 도착했다.

까사 바트요

여기는 까사 밀라보다 사람이 훠어어어얼씬 더 많았다. 입구에 가자마자 들어가 볼 생각이 사라지는 인원수... 1층 오른쪽에 기념품 상점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어서 여기만 들어갔다 나왔다. 가우디 이 아저씨 정말 직선을 쓰기 싫어하는 듯하다.

점심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라 몇몇 매장들에 들어가 구경을 하다가 유명한 빵집에 디저트를 먹으러 갔다.

모히또 케이크

내가 먹은 건 형광 초록색의 모히또 케이크였는데 너무 셨다. 맛은 레몬 케이크와 비슷했는데 디저트보다는 애피타이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리곤 점심으로는 바르셀로나에 오는 한국인이라면 9할 이상은 오는 것 같은 비니투스에 갔다.

오픈한 지 10분 정도 지나서 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내가 잘못 찾아왔나 싶었다.

꿀대구

여기 오면 꼭 먹는다는 꿀대구다. 꿀, 아이올리, 토마토소스를 대구에 곁들여 먹는 요리이다. 스페인에 가기 이전부터 워낙 많이 들어봤던 요리이지만 기대를 많이 하고 가면 실망할 수도 있는 맛이라는 것도 알았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갔다.

먹어본 결과는 크게 감동적이지 않은.... 맛이었다. 맛이 없지는 않은데 바르셀로나에 와서 꼭 먹어야 한다는 정도의 맛도 아니었다.



밥을 먹고 그라시아 거리를 따라 지나가면서 나이키 매장에 들어가 봤는데 에어포스가 꽤 있어서 사 올까 했다가 신발이 그렇게 사고 싶진 않아서 포기했고 옆에 있는 애플스토어에 가서 아이폰 15를 보러 갔다. '한국보다 저렴하면 사볼까??' 했는데 한화로 환전하면 180만 원부터라 빨리 도망 나왔다.

라 보케리아
초고추장...?

시장 한편에서 굴을 즉석으로 따서 파는 곳이 있었는데 소스로 초고추장이 있었다. 굴 3개에 만원이었는데 굴을 좋아하지 않아서 구경만 하고 패스. 굴 말고 과일가게, 정육점도 있었고 다른 시장보다 바로 먹을 수 있는 간식들이 많았다.

호프만 베이커리

시장에서 나와 스페인에 오기 전에 천XX 양의 블로그에서 본 마스카포네 크루와상으로 유명한 호프만 베이커리에 갔다. 나는 오픈보다 조금 이른 3시 20분 정도에 갔는데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고 있었다. 천XX 양의 말로는 크루와상은 하나를 사면 후회하는 맛이라고 해서 마스카포네 크루와상 2개와 앞에 진열되어 있던 디저트 중 '피스타치오'라는 이름의 디저트를 구매했다.

마스카포네 크루와상

크루와상 하나는 나오자마자 먹었는데 아주 진한 크림치즈 같은 맛이 나는 달달하고 바삭한 크루와상이었다. 사실 난 좀 진지한(?) 빵을 좋아하는데 그런 크루와상은 아니었지만 이제껏 먹어본 달달한 크루와상 중에서는 가장 맛있었다.

크루와상 하나를 후딱 해치우고 발걸음을 해변 쪽으로 옮겨 도착한 곳은 벨 항구였다. 이곳에는 많은 요트가 정박되어 있었고 관광객들을 위한 쇼핑센터 또한 마련되어 있었다.

벨 항구

이날은 날씨가 참 좋았는데 걷다 보니 항구 바다를 향한 벤치가 많이 있어 나 또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한쪽 피부만 조금 탔다) 항구는 백사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바다를 보며 멍을 다 때린 후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몬주익 언덕으로 향했다.

저 위에 콜럼버스 아저씨

몬주익 언덕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가던 중 마주한 기둥 위에 우뚝 서 있는 콜럼버스 동상이다. 로터리 한 가운데에 있었는데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로터리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자본주의의 케이블카

몬주익 언덕에 도착한 나는 케이블카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가거나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지만 난 케이블카 비용을 아껴서 차라리 먹는 데에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몬주익 언덕을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케이블카의 가격은 왕복 2만 원 정도... 솔직히 너무 비싼 거 아닌가??

몬주익 전망대에서 본 시내 1

몬주익 언덕을 올라가는 중간에 전망대에서 본 바르셀로나 시내는 정말 아름다웠다. 전망대에 올라간 시간대도 딱 해질녘이였기 때문에 황홀한 바르셀로나의 풍경을 보며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몬주익 전망대에서 본 시내 2

내 인생 디저트

전망대 주변에 수경 시설도 있어 사진을 찍기 참 좋았다. 바르셀로나 시내 전망을 안주삼아 호프만 베이커리에서 사 온 피스타치오를 먹었다.

겉에 있는 초콜릿은 인절미 같은 고소한 맛이 났으며 안에 피스타치오 무스는 피스타치오의 향과 함께 부드러운 식감을, 그 안에 들어있는 시트러스 잼과 바삭한 식감을 더해주는 정체 모를 무언가까지 더해져 이제껏 먹어본 디저트 중 가장 완벽한 균형을 가진 맛이었다. 몬주익 언덕을 올라오느라 힘들어서 그랬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누군가 나에게 디저트를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피스타치오를 추천할 것이다.

잃어버릴 뻔했던 선글라스

피스타치오를 다 먹고 몬주익 언덕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지연이 된 탓인지 버스가 오지 않았다. 그냥 포기하고 걸어서 내려가야지 하고 계단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지고 있는 노을이 내 눈을 비췄다. 햇빛이 꽤나 강해 선글라스를 끼려고 했는데... 선글라스가 없... 다...? 나는 당황해서 급하게 내가 지나왔던 장소들을 차례대로 다시 찾아갔다.

마지막에 도착한 곳이 피스타치오를 먹었던 벤치였는데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고 한 중년의 남자가 나에게 안경 모양의 제스처를 취했다. 얼른 달려가서 물어보니 선글라스 주인이 안 나타나서 여기서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고 나는 너무 고맙다고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그렇게 이번 여행에서 인류애를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여행 가기 전에 엄마가 선물로 사준 선글라스 바로 잃어버릴 뻔...


몬주익 언덕에서 내려와 세계 3대 분수 중 하나인 몬주익 마법의 분수를 보러 갔으나..?? 일주일 전부터 보수 공사로 분수 공연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역시 여행은 예측할 수가 없다. 이미 해가 다 진 후 어둑해져서 분수 관람은 포기하고 근처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계란 감자 하몽

스페인 국룰 조합인 감자 + 계란 + 하몽이다. 여기에선 위에 피망과 고추의 중간쯤 되는 것 같은 피미엔토까지 구워서 줬는데 계란 반숙이 아닌 게 좀 아쉬웠지만 배가 고파서인지 싹싹 긁어먹었다.

스페인에서 제일 많이 걸은 날

숙소에 도착해서 얼마나 걸었나 확인해보니 찍힌 3만 보..! 빌바오에 있을 때보다 볼거리가 훨씬 많아서 엄청나게 돌아다녔다.

바르셀로네타에서 수영하기.

아침에 일어나 어제 호프만 베이커리에서 사 온 크루와상 한 개와 오렌지 주스로 배를 채웠다. 그런데 어제 먹었을 때보다 훨~~~~씬 맛있었다. 어제는 배가 별로 안 고파서 그랬는지 몰라도 2개 사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꼭 2개 사라고 한 천XX 양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곤 어제 갔었던 몬주익으로 다시 한번 향했다. 다시 가는 이유는 근대 건축가로 유명한 미스 반 데어 로에 건축가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라는 건축물을 보기 위해서였다. 종종 건축물과 관련된 유튜브인 셜록현준을 보는데 거기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건축가여서가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ㅎㅎ. 그리고 유명하다면 유명한 바르셀로나 체어도 이 안에 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멀리서 봤을 때도 굉장히 독특한 이 건축물은 '실용성은 저리 가라'라는 마인드로 만들어져 있다. 안에 들어가서 느낀 점은 기둥 없이 벽을 이용해 공간을 잘 분리한 것 같다. 또 비 오면 부러질 거 같은 지붕도 한 몫한다. 바르셀로나 체어는 한번 앉아보면 상당히 편하다.



점심쯤에는 전에 왔었던 바르셀로네타 해변에 다시 왔다. 전에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가는 날이었어서 수영을 못 했는데 한국에 돌아가기 전 바다에 들어가고 싶어서 다시 찾아왔다. 다행히 날씨가 수영하기 딱 좋았다.

삼겹살 튀김과 콜롬비아 만두들

수영을 하기 전에 근처에 있는 콜롬비아 음식점인 muysca에서 엠파나다랑 치차론을 포장해 왔다. (사장님이 엄청 착하시다.) 엠파나다는 콜롬비아식 만두, 치차론은 삼겹살 튀김? 정도인 것 같다. 바르셀로네타 해변에 앉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먹은 한 끼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엠파나다의 굽기, 치차론의 바삭함과 맛있는 소스 그리고 포슬포슬한 알감자까지 어우러져 완벽한 한 끼였다.

수영하기 딱 좋았던 바르셀로네타

밥을 먹고 들어간 바다는 물놀이를 즐기기에 최적의 온도였다. 전에 말라가에서 들어갔던 해변은 용승 때문인지 발만 담가도 온몸이 서늘해질 정도로 차가웠는데 바르셀로나의 해변은 기분 좋게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수온이었다. 더불어 한여름이 아니라서 사람도 많이 없어서 한적하게 한 시간 반 정도를 물속에서 혼자 놀았다. 더 있고 싶었지만 미리 예약해둔 구엘 공원 입장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르셀로네타를 떠났다.


구엘 공원

해수욕 후 나름 물을 말리고 왔는데도 옷이 조금 축축했었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며 자리에 앉지 않고 구엘 공원으로 왔다. 구엘 공원 역시 미스터 바르셀로나인 가우디가 설계한 공원인데 이 거대한 공원이 개인 소유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안에는 특이한 형상의 건축물들이 많이 있어 눈이 즐거웠다. 하지만 기대를 많이 하고 가서인지 그렇게 인상 깊지는 않았던 것 같다.

구엘 공원 바로 옆에 벙커라는 곳이 있다. 원래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사용하기 위한 진짜 벙커였지만 지금은 유명 관광지로 바뀐 곳이다. 구엘 공원에서 나와 벙커에서 먹기 위해 맥주와 과자를 사서 벙커로 향했다. 여담으로 스페인에서 야외 음주는 불법인데 벙커에선 다 맥주를 한 캔씩 들고 있다.

해 지기 전 벙커

일몰 전에 도착한 벙커의 모습은 이미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구엘 공원보다 훨씬 눈을 사로잡는 풍경이었다. 주변의 모든 난간에 사람들이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며 바르셀로나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 잡상인 중 한 분이 맨손으로 비둘기 잡는 퍼포먼스를 선보이셔서 옆에 있던 애가 경악하기도 했다.

마지막 끌라라

바르셀로나 시내 전망을 배경으로 마시는 끌라라는 아주 시원하고 상큼했다. 혼자 여행하면서 좋은 순간도 많았지만 이때는 '이 순간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었어도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바르셀로나의 야경

천천히 해가 지고 나에게 있어 스페인의 마지막 밤이 얼굴을 드러냈다. 계획도시인만큼 깔끔한 도로망이 한눈에 보였고 따뜻한 주황빛의 조명들 그리고 벙커 위에서 내가 열심히 걸어 다녔던 많은 곳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행의 마지막 밤으로 모자람 없는 아경이었다.

밤이 완전히 깊어지기 전에 배도 고프고 해서 나는 다시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원래 가려던 식당이 문을 닫는 바람에 숙소 가는 길에 위치한 브라질 음식점 K' Delicia 에서 음식들을 포장해 숙소로 돌아왔다. (필자도 식당명은 어떻게 읽는 건지 모르겠다 🤔)

포장한 브라질 음식

배고파서 숙소로 허겁지겁 달려와서 얼른 포장해온 음식을 먹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1차 당황. 생각보다 더 맛있어서 2차 당황했다.

맛있게 먹었는데 뭔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고기는 소고기 스테이크 같았고 위에 올려져 있는 떡 같기도 하고 감자 같기도 한 무언가가 신기했다. 아마 브라질식 구이가 아니었을까? 오른쪽 아래 있는 가루에 고기를 찍어먹었는데 감칠맛과 짭조름함이 섞여있는 가루였다. 또 음료수로 챙겨주신 과라나 음료수도 맛있었다(그래서 대체 과라나가 뭔데...)

그렇게 주린 배도 채우고 숙소에서 핸드폰을 조금 하다가 마지막 바르셀로나 밤산책을 한 후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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