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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미식의 도시 빌바오

여행/2022, 스페인

by leepil 2022. 10. 2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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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에 한국인이?

풍력발전기가 수두룩하다

빌바오행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주변에 풍력발전기가 엄청 많았다. 대관령 양때목장이나 제주도와는 차원이 다른 수였다.

땅에서 풍력발전기가 자라나?

버스에서 배가 조금 고팠는데 코로나 때문에 음식을 먹지 말라고 써져있어서 사라고사에서 포장해 온 닭고기는 선반에 고이고이 모셔뒀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를 가려면 지하철을 타야하지만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주변에 앉을만한 곳을 찾으려 우선 지상으로 나왔다.

빌바오는 다른 도시들과 다르게 지하철역에 에스컬레이터가 많았는데 너무 좋았다... 캐리어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다보면 너무 힘들어요... 🥲

사라고사표 치킨감자

포장한 지 시간이 5시간이 넘어 다 식었는데도 불구하고 닭고기는 촉촉했고 토마토 양념과 감자의 조화는 훌룡했다. 매장에서 먹었다면 얼마나 맛있었을지 궁금한 맛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고 맛있다니... 당신이 혹시 사라고사에 가게 된다면 Asador de pollos 추천!!



지하철을 타고 호스텔로 찾아가 체크인을 하는데 한국인 3명을 만났다. 발렌시아, 사라고사에서 한국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는데 빌바오에서 한국인을 만나니 매우 신기했다. 셋 다 스페인에서 교환학생을 한 학기 동안 하고 있다고 했고,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빌바오 시청

호스텔 리셉션에 물어봤더니 구시가지 쪽에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다고 해서 구시가지로 넘어가는 다리를 건너다가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빌바오 시청 건물이라고 한다.

저녁을 먹기 전 같이 포루투갈에 있는 에그타르트 잘하는 NATA라는 집이 빌바오에도 있다고 해서 하나 먹으러 갔다.

나타 에그타르트

이제까지 먹어본 에그타르트 중에 제일 맛있는 듯. 겉의 페스츄리가 한겹한겹 바삭하게 부서지고 커스터드 크림도 달기보다는 고소한 맛이었다. 포루투갈에서 파는 건 여기보다 더 싸다고 하던데 다음에 해외여행을 떠나면 포루투갈에도 가봐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이후에 빌바오 구시가지 주변을 배회하다 적당한 바에 들어가 핀초와 맥주를 조금 먹었다. 참고로 핀초는 북부 바스크 지방의 꼬챙이로 끼워 만드는 타파스이다. 빌바오에서 처음 간 바였는데 생각보다 음식들이 맛있지 않아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맥주를 마셔서인지 꽤 오랫동안 스페인 유학 생활에 대한 얘기, 한국에 대한 그리움 등에 대해 떠들다가 숙소에 들어갔다.

2일차.

빌바오에서의 둘째날, 숙소에서 밍기적거리면서 아침을 보내다가 일어나서 숙소 주변 산책을 했다. 그리곤 배가 고파 주변에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스페인 북부 지역인 바스크 지역의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었다.

스페인 순대, 립, 소세지
대구 구이

스페인은 많은 가게가 menu del dia(오늘의 메뉴)를 판매하는데 그날 준비되어 있는 전체, 메인, 후식을 하나씩 골라서 주문할 수 있다. 이날은 전체로 렌틸콩 스프, 메인으로 대구 구이, 후식으로 플란을 먹었다. 식당의 평이 좋았던 것에 비해 맛들이 평범해 크게 인상이 깊진 않았다. 스페인식 순대가 우리나라의 병천순대와 비슷하다는 점 정도?



점심을 먹은 후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다 어제 갔었던 구도심에 또다시 방문했다. 어제 구도심에 갈 때는 굉장히 돌아갔는데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구도심으로 가는 길

빌바오 도시 한 가운데로 강이 흘러 도시 풍경이 훨씬 조화로워지는 것 같다. 항상 다리를 건널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이다. 빌바오에서 있는 나날들은 대부분 산책했다가 숙소에서 쉬었다가 밥을 먹는 날들이었다.



저녁은 어제보다 더 가격이 있는 레스토랑에 갔다. 동일한 이름으로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하는데 원래 바를 가려고 했던 것을 모르고 레스토랑에 들어가 버렸다. 심지어 궁금했던 코스메뉴는 2인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해서 혼자 온 나는 그냥 단품 메뉴만 주문했다.

하몽 리조또

이건 고깃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맛이었는데 소금이 너무 많이 들어갔는지 나에겐 조금 짰다. 그래도 안에 들어간 하몽은 향과 맛이 뛰어났다. 이렇게 조리된 하몽은 처음 먹어봤는데 조리해 먹어도 맛있었다.

오른쪽 위에 있는 노란색 음료는 시드라라는 술인데 사과를 이용해 만든 술이다. 사과는 포도보다 당분 함량이 적기 때문에 술에서 단맛은 전혀 나지 않았고 거의 식초같은 시큼한 맛이었다.

닭 요리

엄청 부드러운 닭고기 요리였다. 위에 있는 루꼴라와 소스를 곁들여 그릇까지 긁어 먹었다. 여기서 저녁을 먹은 후에야 아 빌바오 음식들이 다른 지역과 차이점이 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저녁을 먹은 후 숙소에 돌아와 로비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잠에 들었다.

3일차.

이곳은 어제 원래 가려고 했던 이름이 같은 바르다. 저렇게 간단한 핀초들을 미리 만들어 놓고 판매하는 곳들이 엄청 많은데 나는 제일 유명한 푸아그라 타파스를 먹으러 왔다.

푸아그라와 계란 반숙 그리고 버섯을 조합한 타파스였는데 계란이 흰자도 너무 안 익어서 일본 온천계란보다 액체에 가까운 상태였다. 투움바 파스타 소스같은 맛이 났다...?!

계란후라이맛 감자칩

이게 그 과자인데 먹어보면 기름에 바싹 익혀진 계란 후라이의 흰자 맛이 난다. 일반 감자칩이랑 식감도 좀 다른 거 같았는데 감자칩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오늘은 호스텔에서 같은 방을 쓰는 독일인 친구 A, 스위스인 친구 B 그리고 이 둘이 어제 만났다는 또 다른 독일인 C, 이렇게 총 3명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맨날 핀초만 먹어서 질렸다는 스위스 친구의 의견에 따라 구시가지 내에 위치한 스테이크 집으로 향했다.

식당을 정하면서도 우리나라와 문화차이를 느꼈는데, 우선 식당에 들어가서 메뉴를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다시 나간다. 이렇게 식당 하나를 패스하고 도착한 곳이 이 스테이크 집이었다.

티본 스테이크

빌바오 전통 음식과는 거리가 있는 티본 스테이크였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소고기와 달리 외국은 이렇게 마블링이 별로 없는 소고기를 주로 먹는 것 같다. 이 식당에서 숙성고 쇼케이스에 와규가 있는 걸 보면 마블링이 적은 걸 선호해서일 수도 있겠으나 품종이 달라 어쩔 수 없는 걸 수도 있겠다.

우리가 주문한 스테이크는 드라이에이징된 고기였는데 사진에선 굉장히 날고기이지만 추가로 익힐 수 있는 그릴을 함께 줘 개인 기호에 따라 추가로 구워 먹을 수 있었다. 고기 맛은 숙성한 고기답게 치즈향과 같은 강한 육향이 인상적이었다. 익힘 정도는 이게 스테이큰지 타다끼인지 혼란스러운 정도였지만...

C는 전에 호주의 와이너리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해서 우린 와인을 보틀로 주문한 후 C에게 테이스팅을 맡겼다. 이후 스테이크와 와인을 곁들이며 저녁 식사를 하다 2차로 핀초를 먹으러 가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나는 피곤이 몰려와 숙소에 먼저 들어갔다.

4일차.


빌바오에 온 후로도 그라나다, 발렌시아에 이어 날씨가 그닥 화창하지 않았는데 다행이도 오늘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세피아(갑오징어) 핀초

점심을 먹으러 어김없이 핀초바에 갔는데 왜 여기를 오늘에서야 갔는지 후회스러웠다. 바 산타마리아라는 빌바오 구시가지에 있는 곳이었는데 모든 핀초들을 주문과 동시에 직화로 구워 내주는 것 같았다.

사실 진열대에 쌓아두고 판매하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내주는 핀초들은 대부분 마트에서 장을 봐 직접 만들어 먹는 게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가게만의 특별함을 느끼기 어려웠는데 이곳은 정말 독보적이었다. 특히 갑오징어 핀초가 인상깊었다. 구운 빵, 구운 양파, 메요네즈, 구운 갑오징어를 쌓아서 내주는데 환상적이었다. 특히 갑오징어의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가 예술이었다. 이외에도 돼지 안심, 소세지 핀초 또한 주문했는데 직화구이는 역시 최고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마친 후 근처의 케이크 전문점에 찾아가 바스크 치즈케이크와 커피를 먹었다.

바스크에서 먹는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내가 이제껏 먹어본 치즈케이크 중 가장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꾸덕함과는 거리가 있는 식감이었지만 그렇다고 치즈 맛과 향이 여타 다른 치즈 케이크 그 이상이었다. 전에 말라가와 그나라다에서 먹은 치즈케이크도 맛있었지만 여기가 한 수 위인듯...


구겐하임 미술관

이전에도 지나왔었던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외부의 마감재가 금속 판으로 되어있는 독특한 외관의 미술관으로 빌바오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듯 하다. 지나가면서 많은 단체 관광객들이 봤다. 사실 빌바오에 도착한 이튿날에도 산책을 하며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나갔었으나 하늘이 너무 흐려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없었는데 날씨가 좋으니 꽤나 훌룡한 풍경이었다.



혼자 간단히 포장음식으로 저녁을 떼우려고 숙소에서 나갔는데 같은 방을 쓰던 아일랜드에서 온 조라는 친구를 마주쳤다. 원래는 오늘 다른 도시로 떠난다고 했었는데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여기서 1박을 더 하기로 했다고 한다. 자기가 맛있는 양꼬치 핀초를 파는 곳을 찾았다며 하나 사주겠다고 나를 데리고 가줬다.

조가 사준 양꼬치 핀초

스페인에서 이전에 양고기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 안 먹는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가웠다. 난 양고기라면 죽고 못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맛은 우리나라 양꼬치집에 가서 먹는 양꼬치와 비슷해서 신기했다. 여기서 조가 맥주와 양꼬치를 사줘서 나도 점심에 갔던 바르에 가 사주고 싶어 다시 찾아갔는데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었다. 그래서 그냥 걸어다니며 얘기를 나누다 서로의 여행의 안녕을 빌며 헤어졌다.

구시가지 가는 길 야경

숙소로 다시 돌아가는 길, 늘 건너던 그 다리를 건너며 빌바오에서의 마지막 야경을 봤다. 배가 차지 않았던 나는 숙소에 돌아와 전에 장을 보며 사둔 라비올리를 요리할 방법을 고민했다. 이번 숙소에 당황스럽게도 냄비와 가스레인지가 없어 라비올리를 요리할 수 없었던 것.

그래서 나는 전기포트에 물을 끓인 다음 라비올리를 그릇에 담고 끓인 물을 부운 후 전자레인지에 돌려 라비올리를 익히는 데에 성공했다. 편의점에서 떡볶이 만들어 먹던 기술을 스페인에서 사용했다.

라비올리

부족했던 양을 다 채우고 그렇게 빌바오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올 줄 몰랐던 도시를 그 어느 도시보다도 오래 있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하루는 날을 잡고 산 세바스티안이라는 근교 도시를 가려 했는데 버스편이 마땅치 않아 실패했다. 다음 유럽 여행에서의 방문을 기약해야겠다.

빌바오 -> 바르셀로나.

빌바오 버스터미널

빌바오에서 바르셀로나까지는 7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이날 하루는 온전히 이동하는데 사용하는 하루였다. 버스 시간대도 잘못 잡으면 너무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 도착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빌바오가 버스 터미널도 그렇고 지하철역도 그렇고 도시 곳곳에 디자인적으로 독특한 요소들이 스며들어 있다. 특히 지하철역은 노먼포스터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정말 신기한 구조를 볼 수 있다. 항상 바쁘게 지하철을 타서 사진은 못 찍었는데 혹시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바르셀로나행 버스는 이전에 내가 경유했던 도시인 사라고사를 거쳐 바르셀로나까지 향했다. 이동 시간이 긴 버스였기에 전에 탔던 심야버스보다 규모가 있는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했다.

스페인 휴게소

이때가 점심시간이었어서 나도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하나 먹었는데 역시 휴게소답게 물가는 조금 비싼 편이었다.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동안 스트레칭을 조금 하고 다시 버스에 탑승해 바르셀로나로 이동했다.

빌바오에 있는 동안 산책과 식사의 연속이었다. 다른 관광 도시들보다 관광지가 적기도 하고 음식으로 유명한 도시이기에 이번 회차는 음식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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